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 건물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과 연대는 끝났다"며 "서울시장 후보도 내서 여권표를 빼앗아 오겠다"고 말했다./고운호 기자

보수 진영은 지금 대혼돈에 빠져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판결 이후 국민의힘은 ‘윤 절연’ 대 ‘윤 수호’로 완전히 쪼개졌다. 지방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고들 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구태와 음모론, 강성 유튜버에 사로잡힌 국민의힘은 정당의 유효 기간이 끝나가고 있다고 했다. 국힘과의 선거 연대도 끝났다고 단언했다. “국힘은 이대로 가면 ‘TK 자민련’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독자 서울시장 후보도 내서 여권표를 빼앗아 오겠다”고 했다. ‘분열은 곧 패배’라는 정치 논리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새로운 청년 보수 정당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른바 ‘저가 항공 모델의 AI·청년 정당’이다. 정당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꿔 보수의 대안이 되겠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윤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었다. 총선에서 ‘경기 화성을(동탄) 승리’라는 성과를 냈지만, 대선에선 ‘8%대 득표’의 한계를 보였다. 이번 정치 실험은 성공할까, 아니면 나 홀로 정치로 끝날까.

‘과격 페미’ 비판했지만 마초 아니다

-정치 입문 15년째다. 이준석 정치는 뭔가.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려고 몸부림쳐 왔다. 그래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했다. 이준석 정치는 도전의 역사, 도전자의 정치다.”

-그래서 뭘 바꿨나.

“인물 중심, 지역 기반이 아닌 세대 기반 정치를 처음 시도했다. 앞으로는 저가 항공식 신개념 정당을 만들려고 한다. 저가 항공은 ‘싼 게 비지떡’이 아니라 기존 항공사의 개념을 바꿨다. 그처럼 정당 제도와 문화를 뿌리째 바꿀 것이다.”

-저가 항공 모델이 뭔가.

“(과거 항공사들이) 기내식도 주고 라면도 끓여주고 온갖 걸 다 한 것처럼 기성 정당들은 비대한 시도당 조직을 두고 직능국·청년국에 (대표) 수행원까지 두면서 연간 400억~500억원씩 쓰고 있다. 덩치만 큰 공룡 조직이다. 돈은 펑펑 쓰는데 풍요 속 빈곤이다. 이런 비효율을 다 없앨 것이다. AI로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어 정치에 관심이 있어도 참여하지 못했던 청년들이 돈 들이지 않고 정치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사과나무를 심으려 한다. 우린 젊은 보수 정당을 지향해 왔다. 선명한 정치 개혁에 동참할 신인들을 모시겠다.”

12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 스튜디오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당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정치 신인들이 99만원 내고 선거에 출마하도록 한다는데 가능한 일인가.

“과거 선거 운동 방식에서 탈피해 SNS와 뉴미디어를 이용하고 AI 원스톱 선거 지원 시스템을 갖출 것이다. 이미 종이 당원 입당을 없애고 온라인 당원으로 만들었다. 정당 최초로 공천 신청과 심사, 평가 전 과정도 온라인화했다. 기탁금과 로비, 비효율을 없애는 ‘3무 공천’을 확립할 것이다. 일본 신생 정당들도 디지털 민주주의로 돌풍을 일으켰다. 난 총선 때 3000만원으로 선거 치렀다. 당대표 선거도 후원금 1억5000만원을 모아 3000만원만 썼다.”

-청년층이 지지한다지만 안티도 많다. 반페미니즘 마초라는 지적도 있다.

“양당 구도에서 소수당 하는 건 힘든 일이다. 대부분 3·4당 대표는 여론조사 비호감도가 1위였다. 페미니즘은 헌법이 아니다. 잘못된 점은 고쳐야 한다. 나는 일부 과잉·과격 페미니즘을 비판한 것이다. 마초와는 아무 관계 없다.”

-확장성에 한계가 있지 않나.

“개혁신당은 끊임없이 확장성을 추구해 온 정당이다. 지금 (확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조적 차이와 같다. 내가 국힘 대표였을 때는 가장 확장성이 컸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이 나를 쫓아냈다. 내가 배신한 게 아니다.”

선거 지고 버틴 당대표 없다

-장동혁 대표가 ‘윤 절연’을 거부했는데.

“장 대표는 자신의 가장 큰 자산이 강경 보수라고 여기는 것 같다. 국힘의 남은 에너지를 ‘윤 어게인’ 강경론자와 부정선거 음모론자에게 헛되이 쓰고 있다.”

-유튜버 전한길·고성국씨 얘기인가.

“그렇다. 두 사람과 ‘윤 어게인’ 세력은 암세포와 같다. 이들은 보수의 양분을 다 빨아들이고 정상 세포보다 더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정치에 끼치는 해악이 너무 크다. 애국이라는 간판을 걸고 보수에게 희망 고문하고 혹세무민하면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

-장 대표는 당권을 지키려고 이러는 건가.

“그렇게 보인다. 덩치 커진 암세포를 안고 가려고 하는데, 선거 전략이 아니라 자기 보험을 든 것이다. 그들에게서 못 벗어나고 써준 악보대로 연주할 것이다. 하지만 선거에 지고 나서 버틴 당대표는 없다.”

-장 대표와 특검 연대는 했는데 선거 연대는 안 하나.

“원칙 없는 선거 연대는 국민이 외면한다. 망가진 차를 타느니 아예 차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일본 총선에서도 뜬금없이 선거 연대를 한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참패했다. 하지만 신개념 정당인 ‘미라이당’과 ‘참정당’은 성공했다. 무리한 연대로 이런 실패를 답습해선 안 된다. ‘장·석(장동혁·이준석) 연대’는 실패로 끝났다. 신뢰도 상실했다. 앞으로 어떤 교류도 없을 것이다. 타버린 다리를 다시 건널 이유가 없다.”

막무가내 연대하면 ‘6대 3 패배’

-여권은 연대하는데 야권은 안 하면 선거 이길 수 있나.

“국민의힘이 바뀌지 않으면 연대해도 효과가 없다. 막무가내 연대하면 개혁신당만 타격을 입는다. 일부 지역 후보 단일화도 불가능하다. 지금 추세대로 가면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에 따라 여야 6대 3의 선거 결과가 나올 것이다. 국힘은 지금 TK에만 출마자가 몰리고 있다. 홈 경기만 하고 원정 경기 포기하는 팀은 이길 수 없다.”

-‘TK 자민련’ 얘기도 나오는데.

“국힘이 유튜버·음모론자와 단절하지 않으면 그렇게 될 것이다. 강성 지지층에 너무 휘둘리는데 국힘 의원들이 비겁하지 않아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107석이었는데 그보다 훨씬 더 내려갈 것이고, 결국 도태될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유승민 전 의원과 연대는.

“오 시장 등과 가깝지만 소속 정당이 다르다. 개별 연대는 불가능하고 해서도 안 된다. 그분들은 대한항공 타던 분들이라 저가 항공엔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독자적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낼 것이다. 젊은 후보자도 이미 있다. 여권 지지층을 빼앗아 오고, 투표 안 하던 중도층 표도 끌어낼 수 있다. 개혁신당 지지자 중엔 국힘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표 분산 아니다.”

-한동훈 전 대표와는 손잡을 수 있나.

“한 전 대표와는 더 힘들다. 윤 전 대통령과 같은 검찰식 한탕 정치, 무오류주의는 더 이상 안 된다. 한 전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황태자가 되려 했지만 지휘력과 선거 승리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장동혁 체제 후 자신이 비대위원장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개혁신당의 지방선거 목표는.

“이미 서울·인천·충청·대구·부산 등 8곳에 광역단체장 후보가 있다. 개혁신당은 지난 대선 득표율이 높아 지방선거 TV 토론 출전권도 있다. 전국에 기초·광역의원 후보를 출마시켜 세 자릿수 당선자를 낼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나.

“유권자들은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욕하면서도 매번 같은 선택을 하곤 한다. 그러면 같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콩 심은 덴 콩만 나오지 않나. 다른 정치를 원하면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지방선거에 직접 출마할 생각은 없나.

“난 출마하지 않는다. 새로운 체제를 만들고 선거를 지휘할 사람이 필요하다.”

-전한길씨와 부정선거 맞짱 토론은.

“심의 기준 때문에 당장 방송 토론은 힘들어졌다. 하지만 어떻게든 토론을 성사시켜 부정선거 음모론의 민낯을 보이겠다. 음모론 척결은 정치인의 책임이다.”

나의 가장 큰 잘못은 윤석열 오판

-이재명 정부 9개월을 평가한다면.

“이 대통령이 과거 이재명 같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역설적으로 안도감을 느끼는 측면이 있다. 윤석열 정부 기저 효과가 컸고, 반도체 초호황 혜택도 봤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아래 덮여 있다. 선거 때까지 그게 드러나지 않길 이 정부는 바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 대통령이 SNS에 잇따라 글을 올리는 등 다시 이재명스러워지면서 국민이 불안해 하기 시작했다.”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은.

“반일과 반미로 안 간 것은 정말 다행이다. 그런데 부동산에서 문재인 정부가 간 길을 또 걸어가려 한다. 자신의 사법리스크 벗으려고 국가 사법 제도를 다 헤집고 망가뜨리고 있다. 이래도 되나.”

-장동혁 대표와 부동산 논쟁이 있었는데.

“대통령이 자기 정책 옹호하려고 야당 대표의 오래된 부동산 보유 들추는 건 옹색하다. 이 대통령이 보유한 고가의 분당 아파트도 본인이 추진하는 정책의 대상 아닌가. 이렇게 규제하면 누구나 ‘똘똘한 한채’로 몰릴 수밖에 없다. 오히려 지방 부동산에 대해선 다주택자 규제를 풀어야 한다.”

-명·청 갈등은 어떻게 될까.

“이 대통령은 권력 기반이 의외로 취약하다. 스스로 아웃사이더라고 여겨 사법리스크에 대한 공포가 큰 것 같다. 정청래 대표가 재선되는 것을 막으려 할텐데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과 조국당은 손 잡을까.

“조국 대표는 합당 추진하다 자신의 장부 가치를 0으로 만들었다. 민주당은 거의 무료로 조국당을 인수할 것이다. 그런데 정 대표 견제를 위해 이 대통령이 조 대표에게 총리 자리를 줄 수 있다.”

-정치하면서 가장 잘못한 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너무 가볍게 봤다. 오판했다. 2022년 대선 전후로 보수 정당을 바꿀 기회가 있었는데 아무 것도 못하고 시간만 보내 버렸다. 그래서 이런 상황까지 왔다.”

-당대표인데 왜 계속 대중교통 타나.

“정치인은 무조건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한다. 국민들 표정 하나 하나가 살아있는 여론조사다.”

☞이준석

이준석 대표는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경제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다. 비영리 교육봉사 기관과 벤처를 운영하다 2011년 새누리당 박근혜 대표 체제에서 비상대책위원으로 발탁돼 정치에 입문했다. 2021년 ‘최연소(36세) 0선’으로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됐다. 하지만 대선 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했다. 2024년 총선에서 경기 화성을에서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