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아이콘’ 미국 테슬라가 올해 가장 고마워할 사람이 있다면, 한국인 고객들일 것이다. 테슬라는 ‘모델 Y’ 부분 변경 모델 ‘주니퍼’ 출시 한 달 만인 지난 5월 국내 수입차 월간 판매량 1위에 처음 올랐고, 지난달에도 2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반응과 정반대다. 테슬라는 미국·중국·유럽 등에서 판매가 줄며 올 2분기 회사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2% 급감했다. 10여 년 만의 최대 매출 감소였다. 주력 차량 ‘모델 Y’를 새로 출시한 뒤의 일이어서 자동차 업계에선 테슬라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올 들어 일론 머스크 CEO가 세계 정치 뉴스의 중심에 설 때마다 각국의 많은 사람이 테슬라에 등을 돌렸다. 하지만 한국에선 전혀 개의치 않는 상황.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업계 관계자들과 많이 이야기했다. 가장 그럴듯한 답변은 한국에 ‘테슬람(테슬라+이슬람)’이 많다는 것. 이슬람 원리주의자처럼 테슬라에 강한 믿음을 지닌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테슬라는 국내 진출 초기부터 이런 성향의 소비자가 많이 구매한다고 알려졌다.

사실 테슬라는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구매는 온라인에서만 가능하다. 차량이 나오면 쇼핑몰 등을 찾아 직접 받아야 한다. 게다가 차 문을 여닫거나 깜박이를 조작하는 방식을 비롯해 많은 부분이 전통적 차량과 다르다.

보다 명확한 해답을 찾은 곳은 의외의 장소였다. 얼마 전 한 전기차 커뮤니티. ‘테슬라 입문자’라는 한 멤버가 “테슬라 잘 산 거 맞겠죠?”라며 조작의 불편함을 토로했다. 그러자 댓글이 속속 달렸다. “적응을 못 해서 그렇다.” “적응되면 더 편하다.” 다들 ‘차에 사람을 맞춰야 한다’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테슬라가 불편하다’는 건 전기차 차주들 사이에서 일종의 금기어에 가깝다.

테슬라를 사는 것을 ‘혁신을 산다’고 하는 말이 있다. 최근 테슬라가 집중하는 로보택시(무인 택시)나 휴머노이드 분야가 그 말을 뒷받침한다. 그래서 테슬라 차주라는 걸 시대를 앞서간다는 의미로 여기는 이들이 있다. 보통 자동차 구매는 4050 세대 중심인 반면, 테슬라는 30대 구매자 비율이 다른 차종보다는 높은 편이다. 트렌드에서 한발 먼저 간다는 자부심을 가진 젊은 테슬라 오너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격이 비싸고 동시에 혁신적인 차를 몬다는 ‘하차감’을 중시하는 것 아닐까. 이런 심리가 불편함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일종의 집단 문화가 생긴 토양이라 짐작이 간다.

그러나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테슬라가 태어난 미국에서조차 많은 이가 테슬라에 등을 돌리고 있다. 요즘엔 “테슬라 팔고 오면 할인해 주겠다”는 전기차 경쟁사들의 전략도 효과를 보고 있다. 한국이라고 다를까. 전기차 시장이 소수가 아닌 일반 소비자 위주로 재편되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다른 전기차들이 쏟아지면 테슬라를 추앙하는 분위기가 바뀔지도 모른다. 테슬라는 계속 한국인들에게 고마워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