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서교동의 한 전자담배 무인판매점 앞을 한 시민이 걷고 있다. /장시온 인턴기자

전자담배 인기를 틈타 확산하는 전자담배 무인판매점이 사실상 청소년들에게 무방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인증 장치가 입구와 매장 안에 있긴 하지만 다른 사람 신분증을 갖고 들어간다고 이를 걸러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2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 상가 1층 한 전자담배 무인 판매점. 가게 안에는 지키는 사람이 없고, 출입문 옆 ‘성인 인증 기기’는 전원이 꺼져 있었다. 성인 인증기가 켜져 있다고 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신분증을 인식기에 대긴 하지만, 실제 얼굴과 대조하는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기자가 지난 1일 오후 1시간 동안 방문한 11명에게 나이를 물었더니, 4명(36%)이 미성년자였다. 고교생 윤모(17)군은 “전자담배는 냄새가 덜 나 (또래들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날 성인 남성인 기자가 성인 여성의 신분증과 미성년자 체크카드를 빌려 무인판매기를 이용해봤는데 성인 인증은 물론, 결제도 가능했다. 다른 사람 신분증만 구한다면 청소년도 전자담배를 구입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전자담배를 청소년에게 판매하면 처벌받는다는 법규정이 유명무실해지는 셈이다. 이날 찾은 역삼동의 한 무인판매점도 타인 신분증으로 이용이 가능했다. 이 같은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은 서울 이태원·강남·구의역 등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도심을 중심으로 전국에 수십곳이 있다.

2일 서울 서교동의 한 전자담배 무인판매점 내부 모습 /장시온 인턴기자

전문가들은 “전자담배는 잎담배에 비해 판매 등에서 규제가 약한 게 문제”라고 했다. 현재 담배사업법에서 담배를 ‘연초의 잎’으로 국한해 놓음으로써 ‘연초의 줄기·뿌리’와 ‘합성 니코틴’ 등으로 만들어진 전자담배에 대해서는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청소년층에게 파고들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용액을 증기화해 들이마시는 형태다. 담뱃잎 스틱을 끼워서 피우는 궐련형 전자담배나 전통적인 궐련으로 진입하는 전 단계라는 평가다. 정부는 액상 전자담배가 국내에 얼마나 유통되는지 집계조차 못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몸에서 과일·캔디 등 향긋한 냄새가 항상 난다면 전자담배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할 정도다.

한편 지난해 궐련형 전자담배는 총 5억4000만갑이 팔려 전년(4억4000만갑)보다 21.3% 증가했다. 궐련 판매량 감소에도 전체 담배 판매량 증가(1.1%)를 이끌었다. 전체 담배 중 궐련형 전자담배의 비율은 전년 12.4%에서 14.8%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