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가 “자체적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논란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방역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재유행은 넘기고 나서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일부 “마스크 의무화는 해제해도 된다”는 입장도 있다.

대전시는 지난달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공문을 보내 12월 중 정부 차원의 결정이 없을 경우 내년 1월 실내 마스크 착용 자율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장우 대전시장(국민의힘)은 “질병관리청 등 중앙 정부와 협의를 거친 뒤 (중앙 정부) 별도 조치가 없을 경우 자체적인 행정명령을 내릴지 정할 예정”이라며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선 대부분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는) 시민들 스스로 결정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에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대전시 결정 배경에는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아이들의 경우 정서·언어·사회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적잖은 시민은 “식당 들어갈 때 마스크 썼다가, 밥 먹고 대화할 땐 내내 벗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불평하는 실정이다. 대전시는 행정명령을 고쳐 ‘실내 전체’인 마스크 의무화 시설을 병·의원과 요양병원 등 취약 시설을 제외하곤 대부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마스크 착용은) 중앙 및 지방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중대본 회의체에서 합의에 따라 결정된 원칙”이라며 “단일의 방역망 가동이 중요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대전시가 실내 마스크 의무화 해제를 강행하면 중앙 정부와 권한 논쟁이 불가피하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시·도 지사가 중앙 정부와 함께 마스크 착용 등 각종 예방 조치 명령을 내릴 권한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또 재난안전법에는 중대본부장(국무총리)과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이 각각 재난 수습에 필요한 범위에서 시·도 지사를 지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대전시가 ‘돌출 방역’을 강행할 경우, 다른 지자체들도 뒤따를 수 있어 정부는 우선 대전시를 설득하는 한편, “겨울철 유행 정점이 지난 후 상황 평가와 전문가 논의 등을 거쳐 (마스크 의무) 완화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해외 주요 국가들은 마스크 착용을 자율로 전환했다. 그리스·대만 등 10여 국이 의료시설·대중교통 등에서 일부 착용 의무가 있을 뿐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민간 사업장을 포함해 모든 실내 공간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과태료를 매기는 곳은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카타르 월드컵을 비롯해 최근 벌어진 국제 행사나 회의에서도 마스크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백신 접종이나 감염 경험 덕에 세계 인구 최소 90%가 코로나에 대해 일정 수준 면역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의무 해제라는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시기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여러 가지 방역 정책이 법적인 의무화에서 의학적 권고로 전환돼야 한다”며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를 완전히 벗자는 건 아니지만, 시민들 자율 규범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자체 단위보다 사회 전체 단위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대전시 독자 행동에는 반대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아직 마스크 의무를 해제할 때가 오지 않았다”며 “최근 숨은 감염으로 위중증 환자 수와 치명률이 올라가고 아이들 중심으로 독감이 유행하고 있는데 마스크가 일정 부분 막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 해제 시기와 관련해서는 “60세 이상 개량 백신 접종률이 50% 이상, 감염 취약 시설 접종률이 60% 이상을 넘기고 위중증·사망이 정체 내지 감소로 전환되면 해제해도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겨울철 접종률은 60세 이상이 20%, 감염 취약 시설은 25% 정도다.

지난주 코로나 환자는 전주 대비 2% 감소한 가운데, 하루 평균 5만2000여 명 발생했다. 코로나 수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 연구진은 향후 2주간 신규 확진자가 감소한다고 보면서도, 이번 유행 정점 ‘꼬리’가 길어지면서 확진자가 다수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