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에 비해 연금 재정 고갈 속도가 빠른 데다 노인 빈곤 문제도 한층 심각하다는 연금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따라서 새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국민연금 개혁이란 ‘투 트랙(two-track)’ 과제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주최로 서울 마포구 한국사회복지회관에서 열린‘새 정부에 바란다’정책 포럼에서 원희룡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이 영상으로 축사를 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24일 ‘새 정부에 바란다’를 주제로 개최한 사회안전망4.0 포럼에서는 국민연금 개혁 방향을 놓고 집중 토론이 벌어졌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 OECD 38국의 평균 보험료율은 18.2%로 우리가 월급에서 떼는 돈이 OECD의 절반밖에 안 된다”며 “반대로 생애 소득 대비 받는 돈의 비율(소득대체율)은 우리나라가 31.2%로 OECD(42.2%)의 70%를 넘는다”고 지적했다. 이 결과 OECD는 납부한 돈의 약 2.3배를 연금으로 돌려받는 반면, 한국은 3.5배를 받아서 OECD보다 1.5배가량 재정 고갈이 빠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 위원은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등이 연금개혁을 추진하다가 역풍을 맞았다”면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연금액과 지급 시기를 고령화 시대의 상황과 자동 연동시키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이 공약한 ‘기초연금 40만원’ ‘1인 1국민연금’ 등은 “연금 개혁과 동시에 추진할 과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1980년대 국민연금 제도 설계를 담당한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연금 기금을 수백조원 쌓아놓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OECD 평균의 3배가 되는 상황”이라며 “연금 개혁은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려는 건데, 이를 위해서는 현재 노인 세대 빈곤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새 정부에서 연금 사각지대의 문제가 우선 다뤄져야 한다”고 했고,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도 “세대 내에서 형평성 문제(노인 빈곤)를 풀지 못하면 세대 간 형평성 문제(연금 개혁)도 안 풀릴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국민연금에 사적연금까지 포함할 경우 소득대체율은 OECD 국가인 덴마크가 80%에 달하고 네덜란드 69.7%, 스웨덴 53.3% 등인 반면 한국은 여전히 30%대여서 ‘용돈 연금’ 수준을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복지 안전망 관련 다양한 제안들도 나왔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윤 당선인이 지급하겠다는 연간 1200만원의 ‘부모 급여’ 등 각종 육아 지원책과 관련, “생색내기로 찔끔찔끔 인상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적정 금액을 결정해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병호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장은 “사회 복지 시스템의 구조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낭비를 제거하지 않으면 돈만 들고 사회안전망은 제대로 구축을 못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원희룡 대통령직 인수위 기획위원장은 행사 축사에서 “새 정부는 모든 사회복지 정책을 만들고 실행할 때 정책 전문가, 현장 전문가와 긴밀하게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