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65세 이상 주민이 가장 많은 기초 지자체 10곳 가운데 6곳이 경북 의성·군위 등 지역에 있다. 그런데 경북에는 전국에 45곳인 상급종합병원이 하나도 없다. 코로나 사망자의 90% 이상은 60세 이상 고령자다. 또 강원도 고성군청에서 영동 지역 내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강릉아산병원까지는 80여km, 차로 1시간 이상 걸린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런 지역들은 코로나 위중증 환자가 발생하면 즉각 대응하기 쉽지 않다.
한국행정연구원은 20일 ‘신종 감염병 취약성 분석 및 스마트 대응 정책 사례 연구’ 보고서에서 강원도 태백·고성·정선, 경북 고령·영천·성주·울진 등 36곳의 기초 지자체를 코로나 감염과 대응에 취약한 지역으로 분류했다. 보고서는 노인·장애인·이주민 등이 많고 소득이 낮은 곳은 ‘감염병 민감성’이 높은 지역으로, 의료 시설과 인력, 사회복지 예산 등이 부족한 곳은 ‘감염병 대응 역량’이 낮은 곳으로 각각 분류한 뒤 둘 다에 해당하는 36곳을 꼽았다.
지역별로 진안·곡성 등 전라도 13곳, 고령·함안 등 경상도 9곳, 보령·보은 등 충청 5곳, 연천 등 경기 4곳, 태백 등 강원 3곳에 달했다. 제주는 제주시·서귀포시 모두 해당했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농촌 비중이 커 연령대가 높고, 전반적인 소득 수준이 낮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의료 기관이 없거나 접근할 교통망도 부족한 편이다. 2020년 전북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2967만원으로 전국 평균(3739만원)에 못 미쳤다. 제주(2914만원), 강원(3223만원), 경남(3346만원) 등도 GRDP가 낮은 편이었다.
지방에서는 그나마 의료 기관도 주로 도심 쪽에 위치해 있다. 전북 전체적으로 2개 상급종합병원과 11개 종합병원이 있지만 도내 14개 시군 중 7곳에 몰려있고 나머지 절반에는 없다. 전남 11개 시군에도 종합병원이 없다. 전남북을 포함해 전국 시군구 80곳에 종합병원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지역은 감염병이 유행하면 발 빠른 진단과 치료가 힘들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광역 교통망을 벗어난 지역의 감염병 대응 역량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대도시에 해당하지만 인구 대비 병상이 부족한 곳들도 있다. 현재 광역 지자체별 감염병 전담 병상 숫자는 세종시가 인구 10만명당 15개로 가장 낮다. 부산(25개), 울산(26개), 경남(27개), 경기(28개) 등도 평균 이하다. 수도권에서도 환자가 급증하면 일시적 병상 부족 사태가 닥칠 수 있다. 작년 말 델타 변이 사태 때 수도권 확진자들의 지방 이송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광역 지자체 간 병상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협력 체계 등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도시 지역은 대체로 병원 인프라는 좋지만 인구 밀집으로 감염병이 확산하기 쉬운 환경이 문제다. 보고서는 서울 양천구·동작구·관악구·서초구·강남구·종로구·중구·동대문구와 인천 미추홀구 등 9곳을 밀집도가 높고 인구 유출입 등이 많아 ‘감염병 노출’ 수준이 높다고 분류했다. 다만 이들 지역은 수도권에 속해 의료 기관 등 ‘감염병 대응 역량’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20일 기준 인구 10만명당 코로나 발생률은 서울이 5467명으로 가장 높고, 인천(4577명), 경기(4417명), 대구(3543명), 대전(3287명), 광주광역시(3199명) 등 순이다.
보고서는 의료 불균형에 대해 “노인, 장애인, 이주민이 많고 소득이 낮은 지방의 보건의료 대응 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신종 감염병 대응의 정책 기조를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지역별로 음압 중환자실을 증설하고, 감염병 전문 병원도 추가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역 간 의료 자원 활용을 위해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선별진료소 운영과 원격 진료 허용도 제안했다. 저소득층에 대한 생활비 지원, 영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금 지급 등도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도시 지역의 감염병 노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와 노인 복지 시설 등에서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고위험군에게 마스크를 배부하거나 찾아가는 검사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