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당국은 9일 “가급적 모든 동네 의원이 참여해 재택치료 환자들의 전화 상담과 처방이 이뤄지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동네 의원들은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본지가 서울에 있는 내과·이비인후과·소아청소년과 등 동네 의원 20곳에 10일부터 코로나 재택환자의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지를 문의한 결과 75%(15곳)가 “10일 비대면 진료를 시작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30%(6곳)는 “재택환자 전화 상담, 처방 관련 내용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당장 10일부터 ‘셀프 재택치료’가 시작되지만 아직 재택치료 안내서도 공개되지 않았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재택치료 안내서는 다음 주초, 확진자 및 동거인 안내문은 이번 주중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8일 오전 대전 유성구 월드컵경기장 내에 마련된 신속항원검사소(자가검사키트)에서 시민들이 의료진의 설명을 들어가며 자가진단 검사를 하고 있다. 8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만6719명이 발생하며 나흘 연속 3만명대를 기록했다. /신현종 기자

보건 당국의 확진자 추적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모습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병원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정모(16)양은 9일 오후까지도 보건소 등 방역 당국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 정양의 아버지(52)는 “확진된 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연락이 없고 보건소는 전화도 안 받는다”면서 “과연 딸이 정부가 발표하는 확진자 수에 포함은 되고 있는 건지도 의심스럽고, 방역망이 무너졌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 김포시의 확진자 양모(26)씨는 “방역 당국으로부터 연락이 없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직접 뉴스를 찾아보고 있다”며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불안하다”고 말했다.

재택치료 중 증상이 악화하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외래진료센터는 8일 기준 전국에 70곳뿐이다. 지역 간 편차도 크다. 서울은 15곳이지만 부산·대전·인천·전남은 2곳씩이다. 광역시 중에서도 대구와 울산·광주에는 외래진료센터가 없다. 광주에 거주하는 재택치료 환자는 여수나 목포까지 가야 외래진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방역 당국은 외래진료센터를 112곳까지 늘릴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발표하지 않았다.

야간에 재택치료 환자를 담당하는 재택관리지원 상담센터도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은 병원 2곳이 강북권과 강남권을 나눠서 24시간 운영한다. 의사 1명과 간호사 3~4명이 항상 대기하는 방식이다. 이날 기준 서울 재택치료 환자 3만6000여 명에 대해 두 병원의 의료진 10여 명이 야간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 센터 1곳당 책임져야 하는 환자는 1만8000여 명꼴이다. 경상남도는 재택관리지원 상담센터를 40곳 운영할 계획이다. 이날 기준 경남의 재택치료 환자는 8600여 명으로 센터 1곳당 200여 명을 담당하는 구조다. 재택관리지원 상담센터는 각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대전은 8곳, 울산은 9곳, 인천은 6곳 등이다.

시민들은 각자도생을 위해 감기약·해열제 등 상비약 구매에 나섰다. 서울의 한 약국 관계자는 “기침약 판매량이 3배 정도 늘었다”며 “실제 감기에 걸렸다기보다 ‘셀프 방역’ 때문에 대비하려고 사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약국 20곳에 문의한 결과 13곳에서 자가검사키트가 모두 품절됐다. 서울 강남구 주민 조모(39)씨는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서 확진자가 나왔는데 혹시 모르니 집에서 자가검사키트로 검사해보고 등원하라고 해서 동네 약국을 4곳 돌아다녔지만 허탕을 쳤다”고 말했다.

검사받고 출근하세요… 카카오 로비에 설치된 자가검사 부스 -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오피스로 출근한 이 회사 임직원들이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로비에 마련된 자가검사부스에서 회사가 지급한 코로나 자가검사키트로 셀프 검사를 하고 있다. 임직원들은 검사 후 15분간 대기하고‘음성’결과를 확인한 뒤 업무 공간으로 이동한다. /연합뉴스

이번 조치로 1인 가구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인 가구는 보건소로부터 의약품을 받을 수 있지만 확진자 급증으로 보건소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 상비약’은 물론, 산소포화도 측정기, 체온계 등 재택치료에 필요한 물품 구입비용도 만만치 않다.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제품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3만~6만원, 많게는 10만원대까지 올라간다. 산소포화도는 일반인이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장비가 없다면 갑자기 증상이 악화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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