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아직까지 접종 공백으로 남은 소아와 청소년층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이들 연령대에 대한 접종을 독려하고 나섰지만 한 발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과 더불어 접종 일정이 기말고사 기간과 겹치는 바람에 학부모들이 “촉박하다”면서 반발하는 실정이다.
6일 질병관리청 집계를 보면 백신을 한 차례도 맞지 않은 12~17세는 143만명. 여기에 접종 대상에도 오르지 않은 5~11세가 321만명으로 소아·청소년 464만명이 코로나 감염 확산 과정에서 ‘약한 고리’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는 6일 0시 기준 24명으로 전날보다 12명이 늘었다. 오미크론 의심자는 10명이다.
10대 감염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은 위협 요소다. 10~19세 인구 10만명당 누적 코로나 발생은 977명까지 치솟으면서 40대(858명), 50대(823명), 60대(928명) 등 40세 이상 각 연령대 발생률을 모두 뛰어넘었다. 1000명 초반인 20~30대만 제외하면 지금 코로나 확산 추세에 가장 영향을 주는 연령대가 10대라는 얘기다. 0~9세도 10만명당 784명으로 70대(753명)보다 높고 80세 이상(790명)과 비슷했다. 한 달 전(11월 6일)만 해도 10~19세 749명, 0~9세는 562명이었는데 급증했다. 12~17세 백신 접종완료율은 31.2%, 11세 이하는 아직 접종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질 일만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중고생 코로나 감염 속도는 가파르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1주일(11월 29일~12월 5일) 전국에서 학생 3948명이 코로나에 감염됐다. 매일 300~600여 명꼴이다. 49.6%(1957명)가 초등생이고, 중학생 32%(1262명), 고교생 10.1%(400명) 등이다.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초·중등생(7~15세) 발생률은 3주 전(11월 7~13일) 10만명당 일평균 6.7명에서 최근 1주일 12.6명까지 급등했다. 성인(20~59세) 6.4명과 비교해 2배에 가깝고, 백신 효력이 떨어지거나 미접종자들이 80만명 이상 남아 감염에 취약한 60세 이상 발생률(12.6명)과 같은 수준이었다. 현재 고3 접종 완료율은 97%에 달하지만 10월 접종을 시작한 16~17세는 접종률이 아직 64% 정도고, 11월부터 접종을 시작한 12~15세는 접종완료율이 13%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청소년 대상 접종에 선제적으로 속도를 냈다면 지금 같은 코로나 대확산을 어느 정도는 차단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는 백신이 남아돌던 시기에 부작용 등을 우려, 청소년 대상 접종을 망설이다, 오미크론 사태가 터지자 뒤늦게 내년 2월 1일부터 학원 등을 대상으로 ‘청소년 방역 패스’를 전격 도입하겠다고 선포했다. 이미 청소년에 대한 코로나 감염 급증이 2~3주 전부터 나타났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때를 놓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단계적 일상 회복에 맞춰 지난달 22일부터 전면 등교에 들어갔는데 지금 와서 보면 대책 없이 감행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린 미국·유럽 등은 5~11세에 대해 백신 접종을 승인하면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아직 검토하는 단계다.
소아·청소년은 고령층에 비해 치명률이 훨씬 낮지만 소아 당뇨, 비만, 심혈관과 호흡기 문제 등 기저 질환이 있다면 사정이 다르다. 이들은 코로나 감염 시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건강한 동년배들보다 최대 7배 이상 높다. 건강한 청소년도 코로나에 걸리면 중증 감염과 합병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확진자가 늘어날수록 이 같은 사례는 계속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확진된 소아청소년(12~17세)의 18%가 의료 기관에 입원했고, 이 중 9명은 중증으로 진행됐다.
소아·청소년층 감염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청소년 방역 패스를 통해 접종 속도를 높여서 만회하려 하고 있지만 이번엔 접종 시기가 논란에 휘말렸다. 내년 2월부터 방역 패스를 받아 학원 등을 무사히 다니려면 적어도 이달 27일까지는 1차 접종을 마쳐야 하는데 온라인 맘카페와 교육 관련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당장 (17일 전후에 끝나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몸을 앓을 수 있는 백신 접종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 “빨리 맞히고는 싶은데 걱정된다” 등 불만이 쏟아졌다. 정부가 “오는 13일부터 24일까지 약 2주간 학교로 찾아가는 백신 접종을 실시하겠다”고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학부모들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기말고사를 치른 후 접종이 가능하도록 의료 기관 준비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청소년 방역 패스 시행 시기 연기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청소년을 코로나 감염에서 보호하는 가치를 높게 봤을 때, 학습권에 대한 권한보다 보호라는 공익적 측면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방역 당국은 “소아와 청소년은 무증상 감염이 많아 조기 발견이 어렵고, 가정과 또래 집단 내 감염과 외부 전파 위험도 크다”며 “일부 어려움이 있더라도 접종에 속도를 더 낼 것”이라고 했다.
어린 자녀들이 백신을 맞고 부작용에 시달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고민거리다. 현재 12~17세 접종은 화이자 백신으로 3주 간격을 두고 이뤄진다. 정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사항에 의하면, 소아·청소년에 대한 화이자 백신 안전성은 성인과 전반적으로 유사하며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앞서 고3 학생에 대한 접종 결과 이상 반응은 0.45% 신고됐는데, 이 가운데 두통·발열·메스꺼움 등 일반 이상 반응이 97.6%로 대부분이었고 심근염·심낭염은 15건 보고돼 모두 회복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12~17세의 예방접종 이상 반응 신고율(11월 20일 기준 0.25%)은 고3보다 낮고, 이 가운데 98%가 일반적인 이상 반응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 부작용 피해자와 카페 일부 게시글 등은 “정부가 코로나 인과관계를 축소하고 잘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정부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코로나 인과관계에 대해 단정하는 태도가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며 “원인 규명과 보상 체계 정비를 병행하면서 미접종자들을 접종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