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율이가 완전히 떠난 건 아니라고 믿어요. 소율이 심장이 어디선가 계속 뛰고 있을 테니까요.”

심장과 좌·우 신장을 기증해 세 명을 살리고 떠난 소율이

딸 소율(5)양을 먼저 하늘로 보낸 아버지 전기섭(43)씨 목소리는 담담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2일 “전양이 심장과 좌·우 신장을 기증해 3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고 밝혔다.

아버지 전씨에 따르면, 소율양은 ‘선물’처럼 태어났다. 불임 판정까지 받아 “아이 낳기 어렵겠다”던 부부 사이에서 결혼 3년 만에 자연 임신이 됐고 2016년 소율이가 태어났다. “얼마나 밝고 맑은 아이였는데요. 지나가는 강아지와 고양이한테 인사하고요, 나무한테까지 ‘안녕’ 하고 인사하던 아이였지요.”

전씨는 “아이가 발레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하는 걸 좋아해 나중에 발레리나 시켜야겠다고 했었다”고 회상했다. 놀이터를 좋아해 한 번 가면 2~3시간씩 그네를 타며 놀 만큼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였다고도 했다. 행복한 가정을 흔든 건 2년 전 사고였다. 2019년 아이를 데리고 키즈 카페에 갔을 때였다. 아이가 키즈 카페 안에 있던 욕조에 빠져 심(心)정지가 온 것이다. 응급처치 끝에 심장박동은 돌아왔지만 이미 20분이 흐른 뒤였다. ‘골든 타임’을 놓쳐 뇌 손상이 일어난 것이다. 시련의 시작이었다. 전씨는 “다른 아이처럼 벌떡 일어나 뛰어다닐 정도가 안 되더라도, 어느 정도 회복되길 바라고 또 바랐다”고 했다. 그러나 코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던 아이의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위에 직접 영양 공급을 하기 위해 튜브를 위까지 연결하는 수술이 예정됐던 날을 사흘 앞두고 다시 심정지가 일어났다.

“병원에서 ‘소율이가 얼마 못 버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청천벽력이었다. 지난 6월 폐암을 앓던 아내마저 하늘로 보낸 터였다.

그래도 전씨는 소율이가 입원해있는 서울대병원에 아픈 아이가 너무 많아 자꾸 생각이 나더라고 했다. “세상 어떤 아버지가 귀하게 얻은 딸이 마지막까지 심장이 뛰도록 하고 싶어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생각을 좀 바꿔보니까, 우리 아이는 길어도 며칠밖에 더 못 버틴다는데, 다른 아픈 아이 심장을 대신 뛰게 해주면 소율이 심장이 뛰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씨는 “이 세상에 소중한 선물을 남기고 떠난 소율이는 늘 내 마음속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랫동안 아내와 아이를 24시간 돌보며 힘든 시기를 겪어보니, 중증 장애아 돌봄과 같은 복지 서비스가 더 확충됐으면 좋겠다는 말은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