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288g, 손바닥 한 폭에 들어올만큼 작은 생명. 지난 4월 4일 이 작은 아이가 서울아산병원 6층 분만장에서 세상 빛을 본 이후 153일간의 드라마가 시작됐다. 부모는 아이가 빨리 건강하고 팔팔해지란 뜻으로, 출생체중 288g을 거꾸로 한 ‘팔팔이(882)’라고 불렀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팀은 “24주 6일만에 체중 288g, 키 23.5cm로 태어난 조건우 아기가 153일 간의 신생아 집중 치료를 끝내고 3일 퇴원한다”고 이날 밝혔다. 국내에서 보고된 초미숙아 생존 사례 중 가장 작은 아이로 기록됐고, 전 세계적으로도 32번째 작은 아이로 기록될 예정이다.
◇모유 전달하기 위해 달린 거리만 1만5000km
건우가 건강하게 퇴원한 건 사실 부모·의료진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출생 직후 스스로 숨 쉴수조차 없던 ‘팔팔이’는 심장이 멈출 뻔 한 절체절명의 시기를 숱하게 넘겼다. 엄마는 팔팔이에게 ‘가장 좋은 약’인 모유를 전달하려고 경남 함안에서 새벽 3시에 출발해 서울로 오는 차안에서 모유 유축을 해 병원에 전했다. 팔팔이(건우)가 퇴원하기 전까지 다섯 달 동안 부모가 차로 이동한 거리만 1만4000km였다.
부모에게 건우는 ‘큰 선물’이었다. 결혼 6년 만에 찾아온 첫 아기. 아빠 키 191cm, 엄마 키 174cm, 큰 키의 부모 사이에서 장신(長身) 아기가 태어날 줄 알았으나, 결과는 청천벽력이었다. 임신 17주차 검진에서 태아가 자궁 내에서 잘 자라지 않는 ‘자궁 내 성장지연’ 증세를 보여 “가망이 없다”는 얘기를 의료진한테 들었다. 부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난 3월 말 경남 함안에서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까지 달려왔다. 아산병원 정진훈 교수는 가능한 한 태아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주수를 늘리다가, 4월 4일 응급 제왕절개로 건우를 세상 속으로 데려왔다. 24주 6일만에 태어난 건우는 폐포가 아직 완전히 자라지 않아 자발 호흡도 할 수 없었다.
의료진은 건우를 살피느라 매일 긴장의 연속이었다. 주치의인 김애란 교수는 합병증 없이 무탈하게 성장하도록 ‘잘 살리자’는 각오를 여러 번 다졌다고 한다. 24시간 건우 곁을 지킨 전공의와 간호사를 비롯, 미숙아 골절 예방을 위해 맞춤 정맥주사를 한 약사, 건우가 먹을 모유를 매번 멸균 처리한 간호사까지 의료진 모두가 한 뜻으로 건우 생명을 지켜냈다.
특히 건우 부모의 간절함은 남달랐다.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경남 함안에서 서울아산병원까지 왕복 700km 거리, 약 10시간 걸리는 길을 오갔다. 의료진의 헌신과 부모의 간절함으로 아이는 스스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축복처럼 찾아온 아이”
팔팔이는 세상에 나온지 80일쯤만에 인공호흡기를 뗐고, 체중도 1kg을 돌파했다. 생후 4개월 중반에는 인큐베이터도 벗어났고, 생후 5개월에는 체중이 2kg을 넘었다.
엄마 이서은(38)씨는 “건우는 우리 부부에게 축복처럼 찾아온아이로 어떤 위기에서도 꼭 지켜내고 싶었다”며 “가장 작게 태어났지만 앞으로는 가장 건강하게 마음까지도 큰 아이로 키우겠다”고 했다. 주치의 김애란 교수는 “건우는 신생아팀 의료진을 항상 노심초사하게 만든 아이였지만, 동시에 생명의 위대함과 감사함을 일깨워준 ‘어린 선생님’ 같다”고 했다.
국내에서 한 해 태어나는 1.5kg 미만 미숙아는 3000여명에 이른다. 출생 직후부터 호흡곤란증후군, 패혈증, 미숙아 망막증 등 합병증 우려도 큰 게 사실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500g 미만 극소 저체중 출생아의 생존율은 23.2%에 불과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출생체중 400g 미만으로 태어난 극소 저체중 출생아는 286명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