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밖에 나간다고 할 때마다 또 담배 피우러 나가느냐고 눈치 주죠. 요새 밖은 또 엄청나게 덥기까지 하니까 그냥 화장실 안에서 몰래 피우는 거죠.”
7월 23일 박모(30)씨는 아내와 함께 서울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는 살그머니 식당 화장실로 갔다. 전자담배를 피우기 위해서였다. 사실 그는 친구들과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아예 룸에서 몰래 담배를 피운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손에 들고 있다가 종업원이 나가면 살짝살짝 한 모금씩 피우곤 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냄새가 덜 나기 때문에 들키거나 제지당한 적은 없다.
실제로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 10명중 8명꼴로 실내에서 ‘몰래 흡연’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월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영국의학회 담배 규제 저널’에 발표한 ‘금연 구역에서의 궐련형 전자담배의 사용’ 연구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로 흡연한다는 사람 574명 가운데 79.2%(455명)가 최근 한 달 사이 ‘몰래 흡연’을 했다고 응답했다. 최근에는 코로나 확산으로 흡연자들끼리 촘촘히 모인 흡연 구역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담배 피우는 걸 꺼리는 이들이 많아 실내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흡연자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에도 유해 성분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의 궐련형 전자담배 연구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도 인체 발암 물질이 검출됐고 타르 성분의 경우 일반 담배보다도 더 많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런 유해 물질들은 흡연 과정에서 대기로 흩어져 주변 사람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게 보건 당국의 설명이다.
또 중독성과 직결되는 니코틴 함량도 적잖아 궐련형 전자담배 이용이 금연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전자담배 포장지에 부착되는 경고 그림을 통해 전자담배 역시 니코틴 중독을 일으키고 발암 물질을 배출하는 제품임을 알리는 금연 전략을 짜고 있다. 전자담배 담뱃갑뿐 아니라 기기에도 경고 그림이나 경고 문구를 부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 같은 내용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기도 하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마케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윤신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전자담배 기기장치가 현행법상 담배에 해당되지 않아 기기장치 무료 증정이나 할인권 제공 등의 판촉 행위가 만연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한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담배 회사들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위험한 담배’라고 선전하지만, 이 세상에 덜 위험한 담배는 없다”며 “모든 종류의 담배를 안 피우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