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높은 일부 국가가 일명 ‘부스터샷’으로 불리는 백신 3차 접종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 국가들은 부스터샷을 위한 추가 물량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국제사회의 ‘백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추가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24일, 올해 들여올 화이자 백신 2000만명분 확보 발표 이후 2일까지 100일째 내년에 쓸 백신 계약을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다음 달부터 50대 이상 중·장년 등 3200만명에게 3차 접종을 시작해 12월 초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텔레그래프가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영국은 3차 접종 때 자국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비율을 대폭 줄이고 화이자·모더나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스페인 정부도 “모든 상황이 전체 국민에게 3차 접종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며 조만간 접종에 들어가기로 했다. 프랑스는 55세 이상 또는 면역 취약자가 원할 경우 지난달부터 3차 백신을 맞히고 있다. 일본 정부도 내년부터 3차 접종 시작을 검토 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이달부터 모든 성인을 상대로 부스터샷 접종에 들어갔다.
우리 정부가 올해 확보한 백신은 1억9300만회분으로 1억명 접종 분량이다. 하지만 이 중 모더나(4000만회분) 백신은 최근 생산 설비 문제로 공급 차질을 빚었고, 노바백스(4000만회분) 백신은 사용 승인을 위한 서류 제출 미비로 언제 공급될지 불투명하다. 백신 수급에 여러 불확실성이 있어, ‘전 국민의 2배 물량을 확보했다’고 안심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이날 내년 백신 도입과 관련해 “외국 제약사들과 협상 초기 단계”라고 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의 경우, 지금까지 27회원국 국민(4억4770만명)의 10배에 이르는 44억회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그중 화이자 백신만 절반이 넘는 24억회분에 이른다. 일본은 부스터샷 접종을 위해 후생노동성이 내년에 백신 2억회분을 추가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제약사들과 협상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모더나와 5000만회분을 빠르면 내년 초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격리면제 탁상행정에… 해외 백신 접종자, 국내서 또 접종
정부는 2일 브리핑에서 “수도권은 최근 2주간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정체 양상”이라며 “빠르게 늘던 확진자가 정체된 것은 유의미한 성과”라고 말했다. 지난달 6일부터 27일째 수도권에서 1000명대 확진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방역 성과가 괜찮다고 자평한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생색내기와 달리 일선 방역 현장은 아마추어 탁상 행정, 면피 행정으로 국민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감염 예방의 가장 기초적인 자가 격리 관리조차 일관된 잣대 없이 행정 편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입국자 격리 면제 놓고 오락가락
미국에서 사업하는 최모(53)씨는 지난달 17일 주뉴욕 총영사관에서 백신 접종 격리면제서를 발급받아 지난달 28일 국내 도착했다. 최씨가 입국 사실을 서울 서초구 보건소에 알리자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격리 면제가 8월 4일까지만 인정되니 8월 5~11일은 자가 격리를 하라”는 통보였다. 보건소는 최씨가 발급받은 면제서를 문제 삼았다. 면제서에는 면제 기간을 입국 예정일이던 ‘7월 22일부터 8월 4일까지’라고 기재하고 동시에 “면제서는 발급일로부터 1개월간 유효하다”고 명시돼 있다. 보건소 측은 면제서 유효기간(1개월)은 무시하고 최씨가 지난달 22일 입국하려다 개인 사정으로 28일 입국한 것을 트집 잡아 “면제서에 적힌 입국일과 실제 입국일이 다르니 격리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최씨는 “이럴 거면 입국 시점부터 면제하지 말아야지, 입국 후 첫 주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5일부터 다시 격리하는 게 감염을 예방하는 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따졌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초구 보건소 관계자는 이날 “입국일이 예정보다 늦은 경우 격리 면제를 어떻게 하라는 지침이 없다”며 “질병관리청 ‘1339’에 전화해 들은 답변대로 따랐다”고 했다. 정부 측은 다른 설명을 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해외입국관리반 관계자는 “격리면제서는 발급 후 한 달간 유효하기 때문에 입국일이 조금 늦어도 자가 격리 면제는 인정된다”고 했다.
백신 접종자의 입국 시 자가 격리 면제 혜택을 놓고 최근 갖가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면제 관련 지침과 수칙이 남발되면서 일선 공무원조차 제대로 수칙을 알지 못하거나 작위적으로 적용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접종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정부 취지와 달리 갖가지 예외 조항으로 면제가 적용되지 않기도 한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획득한 양궁 대표팀이 지난 1일 귀국했는데, 김제덕 선수만 홀로 자가 격리에 들어간 것이 대표적이다.
질병관리청은 국내에서 백신 접종받은 사람은 해외에서 입국 시 격리를 면제하기로 했지만,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나 출국한 경우에만 이를 인정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에 따르면 다른 대표팀 선수들은 출국 2주 전 모두 백신 접종을 완료했지만, 김제덕 선수만 접종이 늦어지면서 접종 완료 후 14일을 채우지 못한 채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에 귀국 시 면제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대표팀 가운데 홀로 자가 격리를 하게 된 것이다. 일부 네티즌은 “2차 접종 후 해외에 나가면 항체가 생기지 않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질병청 관계자는 “당초 접종 완료 2주 경과의 기준을 출국 시점으로 할지 입국 시점으로 할지 검토했다”며 “국내보다 해외가 감염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출국 전 2주를 채우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너무 경직된 기준이라고 지적한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국내에서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나서 다시 입국할 경우 진단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접종 완료자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해외에서 백신을 접종받은 내국인과 국내 접종자 간 자가 격리 면제를 차별 적용한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는 김모(53)씨는 지난 6월 16일 미국에서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하고 지난달 초 입국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다시 접종받기로 결심했다. 국내 접종자는 해외에서 국내로 입국할 때 별다른 신청 없이 자가 격리 면제를 받을 수 있지만, 해외에서 접종받은 사람은 다르다. 접종받았던 나라로 출국했다가 돌아올 때에만 면제 신청을 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에서 백신을 맞은 우리 국민이 미국에 갔다 올 때에는 면제가 되지만 독일·프랑스 등 다른 나라로 출국했다가 귀국할 경우엔 면제가 되지 않는다. 김씨는 “해외 접종 기록을 연동하지 않으니 나처럼 백신을 또 예약한 경우가 주변에 많다”며 “건강상 위험이 있진 않을지 불안하지만 자가 격리로 몇 주를 손해 볼 수는 없다는 생각에 맞으려 한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국내 접종자와 해외 접종자 간 격리 면제에 차이가 있고, 논란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국가 간 백신 여권이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등하게 면제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백신을 정해진 횟수보다 더 맞아 부작용이 생기는 사람이 속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