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수도권 지역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는 50대는 1차 접종 뒤 3주가 아닌 4주 뒤에 2차 접종을 하게 된다. 방역 당국이 1·2차 접종 간격이 3주인 화이자 백신과 4주인 모더나 백신을 모두 ‘4주 간격’으로 통일시켜 맞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파력 빠른 ‘델타(인도발) 변이’가 급격히 확산하는 와중에 50대 접종 완료 시점이 더 늦어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약 조정 어렵자 궁여지책으로

23일 코로나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이달 26일부터 다음 달까지 1차 접종이 시작되는 50대 연령층 등에 대해 한시적으로 mRNA 계열 백신(화이자·모더나)의 2차 접종 예약을 ‘4주 뒤’로 일괄 적용하기로 정했다. 원래 화이자는 접종 간격이 3주인데, 26일부터 시작하는 55~59세 접종 시작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 접종 간격을 4주로 바꾼 셈이다.

정부가 이처럼 화이자 접종 간격을 갑자기 늘린 이유는, 결국 이달 모더나 물량 공급 차질에서 비롯됐다. 이달 셋째 주(12~18일)에 공급될 예정이던 모더나 백신 물량이 7월 마지막 주에 들어오는 것으로 연기되면서, 원래 모더나 백신만 접종하기로 했던 50대에, 화이자와 모더나를 섞어 맞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각 의료기관엔 4주 간격으로 예약이 진행됐는데, 일부 50대는 화이자로 바꿔 맞아야 해 예약 간격을 대거 3주로 다시 당겨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김기남 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8월에만 각 의료 기관에 50대 600만명 정도가 이미 예약한 상황”이라며 “다음 주부터 접종이 진행되는 화이자 백신 대상자들에 대해서 접종 간격을 다시 3주로 바꿀 경우에는 전체 의료 기관의 예약을 변경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화이자 접종 간격도 모더나처럼 4주로 통일해 예약 변경을 안 해도 되도록 했다는 얘기다. 더구나 접종 당사자나 의료 기관에서도 모더나 접종이냐 화이자 접종이냐에 따라 접종 간격이 헛갈릴 수 있어 아예 4주 간격으로 통일했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다만 이미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사람은 안내된 대로 3주 접종 간격을 유지하고, 28일부터 접종이 시작되는 초·중등 교직원, 유치원·어린이집 교사 등에 대해선 학사 일정 등에 차질이 없도록 화이자 접종 간격이 종전처럼 3주로 유지된다.

방역 당국은 또 접종일 즈음 개인 건강 상태가 안 좋거나 출장·시험 등과 같은 일정이 있다면 최대 6주 내에서 2차 접종을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독일의 경우 화이자는 3~6주, 모더나는 4~6주까지 접종 간격을 허용하고, 영국은 화이자·모더나 접종 간격을 8주, 캐나다는 최대 16주까지 허용한다는 점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델타 변이 확산하는데, 2차 접종 늦추다니

전문가들은 화이자 백신 접종 간격을 3주에서 4주로 벌린다고 해도 면역 형성이나 안전성 등에는 크게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교수는 “접종 간격은 1·2차 사이 최소 간격을 정해두는 개념이라, 부작용이나 면역 형성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이근화 한양대의대 교수는 “제약사가 ‘최적의 조건’을 따져 3주라는 접종 간격을 정해 사용 승인을 받은 것인데, 의료 현장 예약 변경 혼란을 이유로 접종 간격을 임의 조정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루 확진자가 1000명 중반대까지 나오는 데다, 델타 변이도 무섭게 확산하는 상황이라 화이자 접종을 더 빨리 해야 하는데 되레 거꾸로 된 선택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교수는 “화이자 백신은 1회 접종 때 델타 변이 예방 효과가 36%에 그치다가 2차 접종까지 마쳐야 88%로 오른다는 연구가 있다”며 “50대는 접종 간격이 늘어지면서 델타 변이 노출 위험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