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19일까지 지난 3일 서울 도심에서 벌인 집회 참석자 명단을 제출하라”는 방역 당국의 요구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당국은 “신속하게 제출해달라”는 독촉 공문을 19일 민노총에 다시 보냈다. 작년 8월 ‘광복절 집회’ 당시엔 참석자를 찾느라 사흘 만에 통신 기지국 접속 정보를 이동통신 3사에 요구하고, 엿새 뒤 사랑제일교회 압수 수색까지 했는데, 이번엔 대응 수위가 너무 차이 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 김미애 의원이 확보한 ‘중앙방역대책본부 공문’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7일 정은경 방대본본부장 이름으로 ‘민주노총 서울 집회 참석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 진단 검사 이행 행정명령’ 공문을 보내고, 3일 서울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이름과 생년월일·전화번호·주소가 적힌 명단을 19일까지 보내라고 요구했다. 참석자들에게 진단 검사를 받도록 한 행정명령 이행 결과를 함께 제출해달라고도 했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민노총 집회 참석자 중 확진자가 3명 나오자, 참석자 전원에게 진단 검사를 받으라고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민노총이 협조하지 않으면서 추가 확진자나 감염 전파 경로를 확인하는 후속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
질병청은 “(민노총 집회는 참석자 명단이 제출되면) 참석자를 특정할 수 있기 때문에 통신 기록 추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통신 정보를 조회한다고 시위 참여자를 구체적으로 구별하기 어렵고, 개인 정보 침해 우려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작년 광복절 집회 땐 집회장 인근에서 30분 이상 머문 주변 체류자에 대해서도 진단 검사를 권고했는데 이번엔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주변 체류자를 명확히 특정할 수 없어, 이번엔 확진자가 속한 노조의 노조원 122명만 검사했다”고 했다.
민노총은 지난 19일 서울 집회를 통해 얼마나 감염이 확산됐는지 확인되지 않았는데 또 다른 집회를 예고했다. 21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499명 규모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고, 23일 강원도 원주 건보공단 앞에서도 1200명 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민노총에서 진단 검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와 이를 환영하며, 차질 없이 이행해 주실 것을 촉구한다”면서 “23일 원주 건보공단 앞 민노총 대규모 집회는 저희(방대본)가 담당하지 않고 행사 지역 관할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애 의원은 “민노총에 대한 저자세가 방역에서도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정치 방역' ‘방역 편향’ 논란이 불거지면 국민 방역 협조에도 큰 차질이 생길 수 있으니 엄격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