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우리도 코로나 백신 ‘교차 접종’에 들어간다. 지난 4월 중순 이후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1차로 맞은 사람들 중 7월에 2차로 맞을 예정인 76만명이 대상이다. 이들은 2차로 화이자 백신을 맞는다. 일부 의사단체(민초의사연합)에선 “국민 우려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면, 교차 접종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연 괜찮을까. 본지는 유럽의약품청(EMA)과 세계보건기구(WHO)에 직접 이메일을 보내 교차 접종이 안전한지 물었다. EMA는 “교차 접종이 안전하고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 WHO는 “아직 데이터가 (충분하게) 없지만, WHO ‘면역 전문가 전략 자문 그룹’(SAGE)에선 교차 접종으로 면역 반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고 답했다. 다만 EMA는 아직은 ‘교차 접종을 하라 말라 공식적으로 권고를 내리지는 않았다’고 했고, WHO도 아직까진 동일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는 입장이다.
Q: 서로 다른 백신을 섞어 맞아도 안전한가.
“EMA는 스페인·독일 연구를 언급하며 교차 접종이 안전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스페인 카를로스 3세 보건연구소에선 AZ 1차 접종을 받은 663명 중 441명에겐 화이자 2차 접종, 나머지 222명엔 백신을 맞히지 않은 뒤 두 집단을 비교했다. 그 결과, 교차 접종 집단에서 심각한 이상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독일 베를린 샤리테병원 연구팀은 AZ·화이자 교차 접종자가 화이자만 두 번 맞은 이들보다 전신 반응(피로·두통 등)이 덜 나왔다고 보고했다. 다만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 연구에선 AZ·화이자, 화이자·AZ 등으로 교차 접종받은 사람들 가운데 ‘발열이 있다'고 호소한 비율이 각각 34%와 41%로 AZ 2회(10%), 화이자 2회(21%)보다 약간 높았다. 심각한 이상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직 안전을 장담하기엔 이르단 지적도 있다. 기존 교차 접종 연구에선 실험 대상자가 워낙 적었기 때문에 실제 대규모 접종 시 안전성은 추가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과,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등이 교차 접종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등은 아직 미지수(김우주 고려대의대 교수)란 분석이다.
Q: 교차 접종은 예방 효과를 높일까.
“WHO 자문가 그룹 전문가들이 교차 접종도 백신의 면역 반응을 높일 것이란 의견을 낸 데 이어, EMA도 독일·스페인 연구를 놓고 보면 면역 반응은 만족스러웠다는 평가다. 실제로 스페인 연구에선 AZ·화이자 교차 접종을 했더니, AZ 1회 접종자와 견주어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는 7배 늘었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국내 전문가들도 교차 접종의 코로나 예방 효과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AZ든 화이자든 전달 원리는 다르더라도 항체를 만든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아 예방 효과는 괜찮을 것'(이근화 한양대의대 교수)이란 지적이다.”
Q: 교차 접종이 변이에도 효과가 있을까.
“아직 연구 결과는 부족하다. 다만 독일 울름대학에서 26명을 상대로 한 연구 결과, AZ·화이자 교차 접종자는 AZ만 두 차례 맞은 사람보다 알파(영국) 변이를 무력화하는 중화능이 3.9배 높았다. 델타(인도) 변이에 대한 중화능도 알파 변이와 엇비슷했다. ‘교차 접종이 변이에도 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설명이다. 다만 아직은 소규모 일부 연구만 있어 변이에 대한 방어 효과를 단정하긴 이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독일·프랑스·이탈리아·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 등 유럽 주요국에선 이미 AZ 접종 후 화이자나 모더나 등 mRNA 계열 백신과 교차 접종을 하고 있다.
Q: WHO에서 교차 접종을 인정 안 하면, 해외여행에 제한이 생길 수 있나.
“현재 우리나라는 WHO가 인정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을 대상으로 직계가족 방문 등 이유로 입국할 때 격리 면제 혜택을 준다. 그런데 WHO는 교차 접종을 공식 인정 안 하는 상태이니, 교차 접종자는 이런 혜택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당국은 아직 태도를 명확하게 정리하진 않았다. 다만 7월부터 ‘백신 여권’을 발행하는 유럽에선 이미 교차 접종을 활발히 진행했기 때문에 교차 접종자도 격리 면제를 해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교차 접종자들이 출입국 제한 같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