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접종 완료자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마련, 빠르면 26일 발표한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완화해주고 오후 10시 이후 다중시설 이용 제한을 푸는 게 골자다. 미 모더나 백신 국내 위탁 생산이 추가로 결정되는 등 백신 공급에 숨통이 트이면서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코로나 예방 접종 인센티브 세부 내용을 이번 주 중 확정해 안내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백신·치료제 특별위원회도 국무조정실·보건복지부 등 방역 당국에 인센티브 방안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건의한 인센티브에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완화 등과 더불어 백신을 접종한 어르신들이 경로당이나 사회복지관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하고, 문화·체육·예술 분야(시설) 활동을 할 때 접종자는 인원 제한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접종 완료자가 복지관·사회시설을 이용할 때 이용 금액을 할인해주거나 우선 사용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혜숙 백신·치료제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백신이 낭비되면 안 되니 자발적으로 백신을 맞으려는 분은 연령 제한을 풀자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전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우선적으로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도 건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방역 당국은 국내에서 예방 접종을 끝낸 이들을 대상으로 해외에 다녀오거나 확진자와 접촉하더라도 자가 격리를 면제해주는 정도 소극적 인센티브를 주고 있었지만 인센티브가 대폭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백신 접종 인센티브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데는 이제 ‘백신 보릿고개’ 상황은 넘고 있어 앞으로는 접종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4일 “백신 공급은 정부 계획에 따라 되고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이제부터는 ‘접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물량이 주기적으로 들어오는 데다 하반기 대규모 물량 공급이 예정돼 이젠 국민에게 얼마나 백신을 빨리 접종하느냐가 ’11월 집단면역'이란 방역 목표 달성의 성패를 좌우하게 됐다는 뜻이다.
◇백신 접종자 여행⋅공연 자유롭게
‘백신 인센티브’란 백신을 맞은 이들에게 돌아가는 일종의 혜택을 말한다. 당장 백신을 빨리 맞은 이들에겐 올여름부터 해외여행이 더는 상상의 일만은 아닐 수 있다. 이미 국내에서 백신을 맞은 이들에겐 해외에 다녀오더라도 2주 자가 격리 면제가 시행되고 있고, 다른 나라에 도착하더라도 격리 없이 지낼 수 있는 ‘백신 여권’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백신·치료제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다른 나라와 함께 백신 여권을 상호 인정해 자가 격리를 면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외에도 이런 것들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는 논의를 (당정이 함께) 했다”고 밝혔다.
현재 예방접종증명서에 대한 국가 간 상호 인증을 어떻게 할지 실무 논의 중이며, 상호 실무 협의가 정리된 국가부터 단계적으로 자가 격리 면제 조치가 시작될 것이란 게 방역 당국 설명이다. 1년 넘게 해외 구경을 못했던 이들에겐 백신 접종 후 해외여행이 훨씬 빨리 가능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당국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과 같은 활동 제약을 풀어주는 식의 접종자 인센티브 제공이나 답답한 마스크를 부분적으로나마 풀자는 내용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신을 맞은 고령자가 많고, 확진자도 나오지 않은 일부 지자체부터라도 마스크 착용의 예외 검토를 하자는 식이다. 특별위원회 관계자는 “QR코드를 통해 백신 접종 유무를 확인하게 하면, 백신 접종자의 문화체육시설 자유 입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백신을 빨리 확보한 주요국에선 이미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접종률 끌어올리기에 한창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는 ‘백신 복권’까지 도입해 추첨으로 100만달러를 지급하기도 하고, 중국에선 쇼핑 쿠폰이나 식료품 바우처, 명소 무료 입장권을 나눠주기도 한다. 백신 공포를 극복하고 집단면역 달성으로 일상 복귀를 당기기 위한 정책들이 펼쳐지는 것이다.
◇인센티브 반대 여론도 적잖아
다만 국내에선 백신 접종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도 적잖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21~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9.4%는 백신 인센티브 부여에 찬성했지만, 반대한다는 의견도 39.9%(대체로 반대 23.7%, 매우 반대 16.2%)에 이르렀다. 특히 학생층 반대(46.3%)가 높았다. 원해서 늦게 맞는 게 아니라 정부 접종 계획에 따라 접종이 늦어진 건데, 백신 인센티브도 받지 못 하면 불평등하다는 생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상반기에 치명률이 높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최재욱 고려대 교수는 “백신을 맞은 고령층은 양로원·노인정, 종교 시설 등 사회 활동 모임에서 5인 이상 집합 제한 조치를 풀어주고 대형마트나 전통 시장 등에서 할인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 등을 검토해 고령층 접종률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교수는 “백신 접종에 따른 이익이 워낙 크기 때문에 경제적인 인센티브 제공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9월 집단면역’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3분기까지 약 1억 도스 백신이 들어오기 때문에 3분기까지 (국민에게) 모두 접종할 역량이 될 것”이라며 “(3분기, 즉 9월까지 집단면역 형성이 되도록) 최대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11월 집단 면역'이란 기존 목표가 수정됐다기보다, 9월까지 집단면역에 필요한 36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은 완료될 수 있다는 의미로 설명한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