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요새 진단 검사 많이 받죠? 이 로봇만 있으면 사람 비강(鼻腔)까지 면봉을 자동으로 찔러 검체를 채취할 수 있습니다. 막 찔러서 코피 날 수 있는 거 아니냐고요? 압력 센서로 가장 적절한 위치까지 면봉을 넣을 수 있어요.”

연구원들과 밤샘 작업 끝에 개발한 ‘비대면 검체 채취 로봇’을 앞에 놓고 설명하는 젊은 창업가의 말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3월 15일 서울 중구 칠패로 봉래빌딩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 장영준(33) 바이오트코리아 대표는 2017년 ‘바이오(Bio)’와 ‘로봇(RoboT)’ 두 단어를 합성해 회사명을 짓고 창업했다. 4년 동안 대기업을 다니며 사내 벤처 업무를 담당한 실력을 밑천으로, 동료 한 명과 같이 시작한 이 회사는 이제 직원이 25명까지 불었다. 창업 후 투자 10억원을 받고, 30억원 규모 펀딩도 진행 중이다. 윤 대표는 “‘바이오트'란 사명이 언젠가 의료 로봇의 대명사처럼 쓰이게 하고 싶다”고 했다.

검체 채취 로봇과 함께… - 서울 중구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에서 의료 로봇 업체인 바이오트의 장영준(왼쪽) 대표와 비만 치료 정보 플랫폼을 개발한 김유현 다닥컴퍼니 대표가 제품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장 대표가 개발한‘비대면 검체 채취 로봇’은 자동으로 콧속의 적절한 위치까지 면봉을 밀어 넣어 검체를 채취할 수 있다. /고운호 기자

정부가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미래차, 시스템 반도체와 함께 제약·바이오를 핵심 ‘빅3’ 산업으로 꼽은 가운데, 톡톡 튀는 바이오 분야 창업이 뜨고 있다. 전문가들은 “떠오르는 차세대 ‘바이오 스타’를 고사시키지 않으려면 사업 방향 컨설팅, 전문가 협업, 판로 개척 등 체계적인 창업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톡 튀는 바이오 산업 아이디어

코로나 여파로 산업 전반에 불황의 그늘이 깊지만, 보건 산업 분야는 예외다. 백신 개발뿐 아니라 각종 건강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 시장 규모는 2016년 37조6000억원 수준에서 올해(예상치) 48조1000억원으로 28% 성장하고, 2026년(예상치)엔 10년 전 대비 50% 더 불어난 56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감염병 확산이란 위기를 기회로 삼은 의약품 분야 성장뿐 아니라, 기존 고령화 추세와 건강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커지며 각종 아이디어로 무장한 바이오헬스 산업 창업도 탄력을 받는 추세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김유현(34) 다닥컴퍼니 대표는 작년 6월 ‘비만 주치의 같이 건강’ 플랫폼을 개발하는 회사를 차렸다. 인터넷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에서 비만인의 키·몸무게와 건강 상태를 집어넣으면, 적절한 비만 치료 정보 콘텐츠를 제공한다. 창업센터에서 만난 김 대표는 “비만 환자는 한때 살이 빠져도 금세 비만 상태로 되돌아가는 게 특징”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선 병원 3분 진료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창업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걸음걸이 정보’로 어떤 병이 걸렸나 예측하는 무릎 보호대를 만드는 ㈜와키, 개개인의 턱 크기와 목 높이를 조정해 쓸 수 있는 거북목 교정기를 개발한 ‘딜리버리케어’, 입 모양이 보여야 하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입 부분이 투명한 마스크를 만드는 이지팜㈜, 무선으로 TV 송수신이 가능한 보청기를 만드는 ㈜더펀디 등이 차세대 ‘바이오 스타’를 꿈꾸고 있다. 창업센터를 통해 2019년 12월부터 올해 초까지 의료용 인공지능(AI) 기기나 면역 항암 치료제 분야 등에서 상장한 창업 기업도 7곳에 이른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그러나 아무리 바이오 산업 아이디어가 탁월해도 어떻게 사업화할지 어려움을 겪는 창업자가 부지기수일 수밖에 없다. 이에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에선 프로젝트 매니저가 창업자들과 상담해 사업 방향을 조정하거나, 의료인 등 전문가의 협업 주선, 국내외 시장 진출 지원 등의 역할을 맡는다. 창업센터 측은 “창립 3년 만에 우수 기업 588개를 발굴했다”며 “올해 일자리 1774개를 창출하고, 투자 유치액도 4570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이강호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보건 산업 분야는 바이오 의료 기술 분야 진입 장벽이 높고, 의료인 등과의 협업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는 만큼, 이런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게 상담하고 지원하는 ‘원스톱’ 창업 공간을 보다 확충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