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3시 울산 남구 문수축구경기장 임시선별검사소. 어린이날 휴일이지만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 발길이 이어졌다. 방역 담당 요원은 “평소 휴일보단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고 말했다. 이날 혼자 검사를 받으러 온 A(52)씨는 “가족 1명이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 격리 중이고, 지역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 불안한 마음에 검사를 받으러 왔다”며 “전파력이 강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울산에 유행하고 있으니 1주일간 재택근무를 하라고 직장에서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지역 내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하자 울산시는 이날 다중 이용 시설 종사자를 상대로 선제 검사 명령을 내렸다. 울산시 방역 담당자는 “상황이 급박하다”고 전했다.
울산뿐 아니라 부산에서도 지난 3일 기준 변이 바이러스 관련 확진자가 33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명가량이 영국발 바이러스와 연관됐다. 경남에서도 5일까지 21명의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왔다. 진주·사천·김해·양산 4개 지역에서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고, 사천시에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타나자 지난 4일부터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4개 지역과 인접해 있는 남해·하동·고성·밀양 등 모두 8개 지역에 대해 유흥시설 관련 종사자 2300여명에 대한 사전 진단검사를 오는 9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울산, 국내 변이 인큐베이터 되나
울산의 변이 확산은 방역망에 구멍이 생긴 탓이다. 방역 관리망에서 벗어난 변이 감염자가 울산에서 들불처럼 연쇄 감염을 일으켰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울산 변이 확산은) 최근 1~2주 사이 발생한 게 아니라, 3월 중순 이후부터 지역사회 추적 관리가 누락된 사람들을 통해 추가 전파가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역학 조사와 방역 관리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울산에서 처음 발견된 건 지난 3월 8일. 부산 한 장례식장에 다녀온 환자 1명이 장례식장에서 변이 ‘지표 환자’(처음 발견된 환자)에게 옮아와 변이 확진자로 기록됐다. 이른바 이 ‘부산 장례식장발 변이 바이러스’는 이후 울산 곳곳에 침투했다. 같은 달 11일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3명이 추가됐고, 연이어 울산 지역 사우나를 통한 집단·연쇄 감염도 변이 바이러스 탓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 나왔다.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29일 펴낸 ‘주간 건강과 질병’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주요 변이 바이러스 집단 사례 확진자 153명 가운데, 울산은 75명으로 전국 발생의 거의 절반(49%)을 차지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울산에서는 영국발 변이가 이미 절반을 넘어 60% 이상이라, 우세종이 되면서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며 “앞서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국내 ‘4차 대유행’을 이끄는 원인이 될 것이란 전문가들 예견이 맞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5월에 전국으로 변이 확산 위험
문제는 변이 바이러스가 울산을 넘어 전국 확산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영국발 변이는 일반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30% 정도 높은 게 특징이다. 실제 일본 간사이 지방을 중심으로 한 일본 내 영국 변이 바이러스는 올 2월 22일부터 1주일간 56명에 그쳤으나, 3월 22~28일 767명으로 약 한 달 만에 14배로 폭증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교수는 “우리나라도 울산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나타나 ‘클러스터’를 형성해 산발적으로 퍼질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5월이 가정의 달이라 변이 확산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어린이날·어버이날·석가탄신일 등 기념일·휴일이 이어지면서 가족 간 모임이 늘고, 외출이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년 8월 연휴(8월 15~17일) 뒤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연휴 평균 214명에서, 연휴 이후(8월 27일 기준) 441명까지 번졌고, 올해 설 연휴 때에도 연휴 기간엔 평균 399명 정도 확진자가 나오다가, 연휴 끝난 뒤엔 621명(2월 17·18일)까지 증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