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죽음’이란 무엇일까. 이달 말 정년퇴임을 앞둔 ‘존엄사 전문가’ 허대석(66)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육신(肉身)의 고통은 최소화하면서, 영적으론 개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삶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게 좋은 마무리가 아닐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70대 임종기 폐암 할머니 얘기를 꺼냈다. “평소 할머니 의사에 따라 몸에 연결된 온갖 의료 처치용 줄을 떼냈습니다. 그러고는 의료진이 임종실까지 모시는 15분 동안 수동 응급 호흡기를 꾹꾹 눌러 마지막 호흡을 도왔지요.” 할머니는 임종실에서 기다리던 가족이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자 “표정이 편안해 보였다”고 한다. “쓸쓸하고 차가운 중환자실에서 눈을 감는 것보다 가족에게 인사하고 떠나는 건 그 의미가 굉장히 다르지요.”
의료 현장에서 수천명의 죽음과 마주해 온 허 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마지막 시간’의 가치다. 그는 간암을 앓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50대 후반 남성 이야기를 들려줬다.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의사 얘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던 이 남성의 병실에서 어느 날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마음의 준비가 된 그가 딸에게 ‘내가 없으면 뭐가 제일 그리울 것 같으냐’고 묻자, 딸은 “아버지가 약주 드시고 골목길에서 노래 부르며 돌아오시던 모습”이라고 했다. 그런 딸을 위해 아버지가 녹음기에 대고 노래 한 곡절을 뽑았다는 것이다. 40대 유방암 환자의 ‘마지막 소원’은 집에 돌아가 가족을 위해 식사 준비하고 설거지하는 것이었다. 몸이 워낙 쇠약해져 봉사자들이 이 여성을 부축해 자신이 살던 집을 둘러볼 수 있게 도왔다고 한다.
허 교수는 올해 3주년을 맞는 연명의료 결정제도(존엄사)의 산파 역할을 했다. 그는 숨이 멎어가는 환자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우지 않는 게 아니라 소생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삶이 아닌 고통만 연장하는 과도한 의료적 처치는 하지 않는 게 존엄사 제도의 핵심이라고 했다. “인생은 ‘의학적 마무리’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가족⋅직장⋅친구 등 자신을 둘러싼 이들과 작별하는 ‘삶의 마무리’를 존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