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조치 연장으로 한 달 가까이 영업 정지 상태에 내몰린 헬스장 관장들이 결국 집단 행동에 나섰다. 정부의 방역 조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영업을 재개하는 ‘오픈 시위’에 나선 것이다.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KFMA)는 서울·경기·부산 등지의 헬스장 300여곳이 4일부터 영업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용산구의 한 헬스장에는 30여명 정도의 회원이 방문해 실제로 운동을 하기도 했다. 김성우 협회장은 지난달 31일 헬스장 관장들이 이용하는 네이버 카페에 글을 올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조치가 계속 연장된다면 형평성 없고 불합리한 집합금지에 항의하기 위해 1월 4일부터 오픈하겠다”고 했다. 이후 정부가 3일 종료 예정이었던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의 거리 두기를 오는 17일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하자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헬스장 회원은 없고 경찰이 - 4일 경기도 포천시의 한 헬스클럽에 경찰이 출동해 내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조치 연장으로 한 달 가까이 헬스장 문을 닫아야 했던 관장들은 이날 곳곳에서 영업을 재개하는 ‘오픈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이 협회 고경호 실장은 “영업 중단 조치가 계속되던 12월 내내 다양한 통로로 고충을 호소했는데 정부와 지자체는 들은 척도 않고 있다”고 했다. 헬스장 관장들은 지난달 16일 국회 앞에서, 18일에는 경기도청 앞에서 삭발식을 했다. 당시 이들은 “식당, 카페, 목욕탕 등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는 업종들은 영업을 허용하면서 우리에게만 강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항의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실내체육시설도 제한적·유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이 청원은 4일 오후 8시 기준 18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새해 첫날에는 대구에서 헬스장 겸 재활치료센터를 운영하던 50대 관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코로나 방역 대책으로 인한 경영난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경찰은 “코로나와는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했다.

헬스장 관장들이 문제 삼는 것은 정부의 영업중단 조치가 형평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에서는 그간 운영이 금지됐던 학원·교습소를 4일부터 9명 이하 규모로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 했다. 스키장도 수용 인원을 3분의 1로 제한하는 선에서 영업을 할 수 있다. 고 실장은 “전원 회원제로 운영되는 헬스장 특성상 다른 어떤 업종보다도 방역에 충실했다고 자신할 수 있는데 유독 헬스장만 혐오시설로 낙인 찍을 수 있느냐”고 했다.

KFMA 측은 “네이버 카페에 오픈 시위를 하겠다고 알린 후 전국에서 ‘시위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곳이 약 300곳 정도”라며 “영업을 재개하지는 않더라도 관장이 헬스장에 나와 매장을 지키는 식으로 시위에 동참한 곳은 700여곳 된다”고 했다. 이 협회는 “지자체에서 과태료 등을 부과하더라도 공식적인 영업정지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오픈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현재 매장 영업이 중단된 전국의 카페 점주들도 2일 ‘전국 카페 사장 연합회’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보건복지부에 집단 민원을 제기하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 단체에는 4일 오후 11시 현재 1400여명이 가입해 있다.

방역 당국은 이에 대해 “정책 보완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4일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헬스장 등) 집합 금지하는 업종의 어려움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고, 방역 당국 입장에서 굉장히 송구하다”며 “이 기간이 최대한 단축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헬스장 업주들의 단체 행동에 대해서는 “실내 체육시설이 계속 집합금지가 된 것은 아무래도 운동을 하면서 비말이 (나오고), 마스크를 착용하기 어려운 그런 측면들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협의하겠다”고 했다. 현장의 의견 등을 반영해 수정·보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장 영업 중단 해제 조치가 내려질지는 미지수다. 중수본은 “현재 태권도 학원 등의 운영 허용으로 실내체육시설 전반에 이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학원에 대한 완화 조치는 돌봄 부담이 너무 커지다 보니까 돌봄 기능을 가지고 있는 학원들을 부분적으로 완화해 준 것”이라고 했다.

중수본은 단체 행동에 나선 헬스장 업주들의 처벌 여부와 관련해선 “집합금지 수칙을 위반하면 시설 관리자나 이용자 모두 고발조치 될 수 있고 시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방역 수칙을 위반하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시설 관리자의 경우 300만원 이하, 이용자는 1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