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21일 서울 공연에서 오프닝 무대로 활용하는 곳은 근정문(勤政門)→흥례문(興禮門)→광화문(光化門)→월대(月臺)로 이어지는 이른바 ‘왕의 길’이다. 만약 임금이 백성과 만나려 했다면, 경복궁의 정전(正殿)인 근정전에서 출발한 뒤 그 남쪽 문인 근정문과 흥례문을 차례로 지나,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을 나서서 지금의 월대 자리에 이르러야 했기에 붙은 이름이다.
근정문 북쪽에 자리잡은 근정전은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 중에서도 중심이 되는 건물이다. 2대 정종, 4대 세종, 6대 단종, 7대 세조, 9대 성종, 11대 중종, 13대 명종, 14대 선조 등 조선 전기의 여러 왕들이 근정전과 그 남문 격인 근정문 일대에서 즉위식을 열었다. 또 문무백관의 조회를 비롯한 국가의 여러 중요한 의식이 이곳에서 치러졌다.
근정전과 근정문의 이름은 ‘부지런히(근·勤) 정치를 한다(정·政)’는 뜻이지만 그저 열심히 일하기만 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수도 한양의 설계자였던 정도전은 ‘임금이 번거롭고 까탈스러운 일에 일일이 간섭하지 말고, 어진 사람을 임명하는 일처럼 꼭 해야 할 일에만 부지런해지라’는 뜻을 담았다고 밝혔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근정전을 비롯한 경복궁 전체가 불타는 비극을 겪어야 했다. 이후 근정전과 근정문은 1867년 고종 때 흥선대원군의 주도로 경복궁 중건이 이뤄지면서 다시 지어졌다. 근정문은 좌우로 행각이 둘러싸고 있어서 근정전과 광화문 사이를 지나려면 반드시 이 문을 지나야 한다.
근정문과 광화문 사이에 있는 문이 흥례문이다. ‘예절(예·禮)을 일으킨다(흥·興)’는 뜻이다. 1914년 일제에 의해 훼손된 이후 1926년 이 자리에 거대한 조선총독부 청사가 건립됐다. 이 건물은 해방 이후 중앙청으로 쓰이다가 1996년 철거됐고, 2001년 흥례문의 복원 공사가 완료됐다. 지금 흥례문 중앙에서 안을 들여다보면 근정문과 근정전까지 일자(一字) 모양으로 배치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흥례문을 지나면 이제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으로 나오게 된다. 서울을 대표하는 건물이자 1398년(태조 7년) 처음 지어진 뒤 1865년(경복궁 중건), 1968년(콘크리트 복원), 2010년(경복궁 복원 사업)까지 세 번에 걸쳐 다시 지은 건물이다. 한마디로 역사의 풍파와 함께했다고 할 수 있다. 광화문이라는 이름은 1426년(세종 8년)에 지은 것이다. ‘서경’ 등에 나오는 ‘광피사표(光被四表) 화급만방(化及萬方)’, 즉 ‘빛이 사방을 덮고 교화가 만방에 미친다’는 글귀에서 한 자씩 땄다고 알려졌다. 광화문을 지날 때마다, 그 북쪽 500년 역사를 품은 공간에서 생겨난 빛이 광화문을 통해 퍼져 나와 그 남쪽 21세기의 빌딩 숲을 환히 비추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광화문 앞에는 월대가 자리 잡고 있다. 월대란 궁궐의 주요 건물 앞에 만들었던 넓은 기단 형식의 대(臺)로, 사라진 지 약 100년 만인 2023년에 복원된 것이다. 사실 19세기 경복궁 중건 이전에는 월대가 존재했다는 근거가 없어 복원과 관련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임금이 여기서 백성과 만날 수 있었다는 얘기는 사실 이론상의 것일 뿐 실제로 그런 기록을 찾을 수는 없으나, 누가 알았겠는가. 2026년 3월 21일 ‘K팝의 왕’인 BTS가 이곳에서 수많은 관객과 만나게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