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박물관 내부 /빈 관광청

오스트리아는 나치 독일에 병합돼 2차 세계대전에 나섰다가 전쟁에서 져 큰 피해를 봤다. 분할 점령된 후 1955년 중립국으로 남는다는 조건으로 독립하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가장 발달한 산업은 관광업. 클림트의 ‘키스’를 전시 중인 벨베데레 궁전은 물론이고 모차르트·베토벤·슈베르트가 묻힌 중앙 묘지(일명 ‘음악가들의 묘지’) 등 볼거리가 넘친다.

빈은 대체로 평평해서 걸으며 생각에 잠기기에도 좋다. ‘정신분석학의 아버지’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 박사를 낳은 사색의 도시. 배우 신구가 주연한 연극 ‘라스트 세션’이 떠올라 프로이트 박물관을 방문했다. 프로이트가 나치를 피해 1938년 영국으로 망명하기 전 50년 가까이 살면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을 정립하고 ‘농담과 무의식의 관계’ 등을 쓴 장소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박물관 /박돈규 기자

프로이트 박물관에는 프로이트가 사용한 소파와 가구, 자료 등이 전시돼 있었다. 대기실은 그가 살던 때와 같은 방이라고 했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환자의 말을 경청하는 것만으로 프로이트는 하나의 혁명을 이뤘다. 이 박물관은 문서는 풍부하지만 아쉽게도 스토리텔링이 부족했다. 다시 전철을 탔다. 도나우강까지 가 인공섬을 둘러보며 과거와 현재, 전쟁이 바꾼 것에 대해 생각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항구가 막히자 우크라이나는 이 강을 이용해 밀과 농작물을 수송하기도 했다.

매년 빈 필의 신년 음악회에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시작되면 관객들이 박수로 연주를 중단시키고, 지휘자가 돌아서서 신년 덕담을 건네는 것이 관습이다. 그런데 이 신년 음악회도 2차 세계대전 발발 직후인 1939년 12월 31일에 탄생했다. 나치의 지시에 따라 열린 자선 공연이었다. 빈 필은 홈페이지에서 “첫 신년 음악회는 오스트리아와 오케스트라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에 열렸다”고 반성적으로 회고한다. 

나른한 오후에는 카페 자허에 들렀다. 빈의 대표적인 커피는 아인슈페너. 모카에 휘핑 크림을 얹은 것이다. 한 손만으로 운전할 수 있는 마차라는 뜻으로, 겨울에 마차를 끄는 마부가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모카 커피에 거품을 낸 우유를 넣은 멜랑슈도 많이 마신다. 1832년에 탄생했다는 유서 깊은 초콜릿 케이크(자허 토르테)를 맛봤다. 풍미 깊은 초콜릿과 달콤한 살구 잼의 조화.

카페 자허의 초콜릿 케이크 /빈 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