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생이면 은퇴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1980년대에 ‘탑건’ ‘레인맨’ 등을 본 젊은 관객은 어느덧 50~60대가 됐을 것이다. 톰 크루즈(63)만이 가진 특징은 “현재 60대, 40대, 20대가 저마다 ‘데이트 영화’로 그를 소비했다”(김형호 영화 시장 분석가)는 점이다. 알게 모르게 이 배우에게 신세(?)를 진 셈이다.
오락물의 미덕은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와 완성도다. 톰 크루즈가 출연한다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실패작은 아닐 것이다. 애칭 ‘톰 아저씨’가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한 프랜차이즈 ‘미션 임파서블’. 1996년 출발해 이번이 시리즈 8편이다.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 배우 덕분에 우리는 인생의 어느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런데 톰 크루즈도 늙는구나! ‘탑건: 매버릭’까지는 눈치채지 못했건만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에선 노화가 뚜렷하다. 마침표를 찍는 듯한 부제가 마음에 걸렸는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에단 헌트(톰 크루즈)는 이제 세상을 장악한 인공지능(AI)과 싸운다. 플로피 디스크로 첩보원 명단을 빼내던 1편을 떠올리면 격세지감.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에단 헌트는 우리 시대의 액션 영웅이다.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이 남자의 임무 완수를 막을 수 없다. 8편짜리 시리즈에서 그는 질주하는 고속 열차 위에 있었고, 부르즈 할리파(162층·828m)에 매달렸으며, 비행기 옆구리에 붙어 날아 오르는 등 대역 없이 위험천만한 스턴트로 관객을 즐겁게 했다. 세상을 구하고 또 구했다.
‘미션 임파서블’은 헌트를 온갖 방식으로 뒤틀고 비틀고 시련을 겪게 했다. 그가 오래도록 사랑받은 이유는 신체적인 능력뿐 아니라 캐릭터의 유연성에 있다. 가족은 속편을 위해 현명하게 버려졌다. 헌트는 무엇보다 그가 처한 상황, 함께 있는 사람들이 정의한다. 그의 캐릭터는 액션으로 드러난다.
헌트는 평범한 선인이다. 자신이 희생해 구할 수 있는 이론적 생명보다 눈앞에 있는 실제 생명을 더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신념의 후유증’과 싸운다. 그가 혼돈 속으로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30년이나 감상했다. 풍문에 따르면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이 시리즈의 피날레일 수 있다. 대니얼 크레이그 없는 007 영화를 상상하기도 어려운데 톰 크루즈 없는 ‘미션 임파서블’이라니. 굿바이 톰 크루즈, 굿바이 에단 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