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어느 날 신문사에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남긴 번호로 연락해 보니 ‘뽀빠이’ 이상용이라고 했다. ‘우정의 무대’를 진행하던 모습과 후원금 횡령 의혹으로 고초를 겪은 일을 떠올리며 용건을 물었다. 그는 “아무개를 인터뷰한 기사를 읽었다”며 대뜸 “더 재미있을 테니 나를 인터뷰해 보라”고 했다.
기자로 일하면서 그런 제안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이른바 ‘자가발전’을 하는 부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 당신을 취재해야 하는지 묻자 “세상이 어려울 때 웃음과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뽀빠이는 답했다. 돌려 말하지 않는 그 자신감에 흥미가 생겼다. “재미없으면 안 쓰겠다” 하고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뽀빠이는 만나자마자 “내 상표는 근육”이라며 알통부터 내밀었다. 과연 크고 딴딴했다. 그는 강연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시청, 도청, 군청, 농협, 노인회, 병원, 소방서, 학교…. 전국에서 전화가 빗발친다며 으스댔다. “국민에게 웃음을 주면서 쪼그라든 마음을 펴주고 싶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아직 많아 행복하다.” 롤모델은 송해라고 했다.
한 줄만 읊어도 청중이 다 쓰러진다는 레퍼토리가 3만5000개. “나이 많지, 얼굴 별로지, 키 작지, 악조건이란 악조건은 다 가지고 있다”는 그가 웃음 보따리를 풀었다. “박세리, 박찬호, 엘리자베스 여왕의 공통점 3가지 알아? 내가 창작한 거야. 첫째, 다 공주다. 둘째, 모자를 좋아한다. 셋째, 전부 공을 가지고 논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필립공 가지고 놀잖아!”
일단 웃음이 터지면 그걸 물고 들어가 정신을 빼놓는다고 했다. 뽀빠이는 멈추지 않았다. “내가 13번이나 중앙정보부 불려갔어. 가면 웃기고 나와. 국회의원이 좋아하는 사자성어가 뭐냐? 파란만장! 파란 거 만장이면 1억, 돈이여 돈!” 그는 노숙자들 앞에서도 “여러분 행복한 줄 알아라. 어제 죽은 재벌은 오늘 아침에 라면도 못 먹는다”로 웃긴다고 했다.
뽀빠이의 부고(訃告)에 그 익살 펀치가 떠올랐다. ‘우정의 무대’가 폐지되고 한동안 그를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그때 송해가 뽀빠이를 위로했다. “네가 작은 놈 같았으면 건드리지 않았다. 건드리는 거 보니까 많이 컸구나. 기죽지 마라!” 작은 거인 둘이 하늘에서 재회하는 장면을 상상한다. “빰빠빠 빰빠~빰~빠~” 전국노래자랑 시그널이 울려 퍼지고 그가 등장할 것이다. “형님, 뽀빠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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