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을 먹었다. 입시를 앞둔 딸의 합격을 기원한다며 누가 준 선물이었다. 그동안 엿을 먹다 탈이 난 적도 없었기에 무심코 하나를 입안에 넣었다. 두어 번 씹었을까. 입안이 불길하게 허전해졌다. 나이 50 넘으면 함부로 엿 먹는 거 아니라고 했는데, 과연 그 말이 맞았다.
밖으로 꺼낸 엿에 군데군데 광택이 보였다. 충치를 치료한 뒤 빈자리에 때운 금(인레인)이 엿에 들러붙어 떨어져 나온 것이다. 대낮에 눈앞이 아득해졌다. 그 괴상하고 끈적한 덩어리를 물로 씻으며 엿에서 금을 분리했다. 얼마 전 스케일링을 하러 갔을 때 치과 의사가 한 말이 그 순간 환청처럼 들려왔다. “앞으로는 조심해야 합니다. 딱딱한 것은 드시지 말고요.”
누구나 살다 보면 입속에 ‘금광(金鑛)’이 생긴다. 금니나 인레인은 밥벌이를 하며 악물고 씹어 삼킨 세월의 흔적이다. 영구적이지는 않다. 약 10~15년마다 갈아줘야 한다. 내부에 또 탈이 나거나 문제가 있으면 맥없이 떨어져 나올 수도 있다. 분리한 인레인을 들고 치과에 갔더니 “교체할 때가 됐다는 신호”라고 했다.
몇 년 전에 구둣방 옆에 붙은 ‘금이빨 삽니다’를 보고 그 유통 경로를 취재한 적이 있다. 수명을 다한 금니는 어떻게 거래되고 흘러 흘러 어디로 가는 걸까. 인터넷에 ‘금니를 판매하고 싶다’는 글과 전화번호를 남기자 한 업체에서 곧장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동네 구둣방보다 더 후하게 드려요. 등기나 택배로 보내주시면 감정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치아 치료 후 통째로 씌우는 ‘크라운’은 금 함량이 40%에서 79% 사이, 일부분만 금으로 때운 인레인은 금 함량이 78~90%라고 한다. 귀금속점이 모여 있는 서울 종로3가로 갔다. 후미진 골목길 어느 계단에 ‘폐금 매입’이 보였다. 오래된 금인 ‘고금’, 여러 금속과 섞인 ‘잡금’ 등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금이 모이는 셈이었다.
이번에 입에서 캔 금을 싸들고 다시 그곳으로 갔다. 이름과 연락처를 장부에 적었다. 저울로 잰 무게는 1.64그램. 시세표를 보더니 16만7000원이라고 했다. “금값이 가파르게 올랐다”며 업주가 말했다. “치금(齒金)을 버리고 가볍게들 다루는데 그러면 안 돼요. 그것도 금입니다, 금!” 엿 먹다가 금 봤다. 잠깐 횡재한 기분이었지만 더 비싼 금을 입에 넣게 생겼다. 엿을 먹지 말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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