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뼈가 시리게 춥다. 그래도 올겨울에 한강은 아직 얼지 않았다. 며칠 동안 서울의 다리를 건널 때마다 눈길이 갔다. ‘한강 결빙(結氷)’이야말로 강추위의 상징 아닌가. 그런데 기상청이 세운 기준은 엄격하다. 노량진 앞 한강대교 남단에서 둘째와 넷째 교각 상류 100m 지점에 설정한 가상의 직사각형 구역이 얼어야 한강 결빙이다.
지난해 겨울에는 1월 26일에 첫 한강 결빙이 관측됐다. 2022년 겨울보다 32일 느렸고 평년값(1월 10일)보다는 16일이 더뎠다. 올겨울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더운 겨울’이로구나 얕잡아 봤는데 웬걸, 입춘(立春)은 7년 만에 가장 추웠다.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이어지면 이번 주말에 결빙 소식을 듣게 될 수도 있다.
노들섬은 한강에 다리가 별로 없던 시절에 한강 결빙을 관측하기 가장 좋은 곳이었다. 기상청이 세운 ‘한강 결빙 관측 지점’ 표지석이 있다. 조선 시대에는 한강에서 얼음을 채취하는 장빙역(藏氷役)이 있었다. 얼음은 동빙고와 서빙고, 궁궐 속 내빙고에 보관했다. 동빙고 얼음은 주로 제사용이었고, 서빙고 얼음은 관리들에게 공급했다고 한다.
그동안 한강이 얼지 않은 것은 1906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9번. 6·25전쟁 등으로 결빙을 관측하지 못한 1947~1954년은 제외했다. 올겨울 한강이 끝내 얼지 않는다면 겨울이 시작한 해를 기준으로 1960년, 1971년, 1972년, 1978년, 1988년, 1991년, 2006년, 2019년, 2021년에 이어 통산 10번째가 된다.
지구온난화로 기온과 수온이 상승하는 추세지만 한강이 꽁꽁 얼지 않은 해가 근년에 집중된 것은 아니다. 한강 결빙을 방해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1970~80년대와 비교하면 서울 인구가 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겨울에도 따뜻한 하수가 많이 배출된다. 수중보 건설로 수량이 많아졌고 바닷물 역류가 줄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계절의 표준이 되는 24절기는 중국 베이징이 있는 허베이 지방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우리나라 풍토와 잘 맞지 않는다. 시기와 날씨의 차이를 보정하느라 “달력이 입춘·입동이라고 하면 실제 입춘·입동 날씨는 보름쯤 지나고 온다”는 주장도 나온다. 설 연휴에 가본 아랫녘에는 봄기운이 따스했는데 지금은 ‘겨울은 겨울다워야지’의 그 겨울을 지나고 있다. 춥다, 뼈가 시리게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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