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기 전에'는 날마다 다른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판매한다. 그동안 만든 메뉴는 350가지가 넘는다. /녹기 전에

‘녹기 전에(Before It Melts)’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의 이름이다. 엄동설한에 웬 아이스크림 이야기인가, 의아할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 가게에서 판매하는 것은 단순한 아이스크림이 아니다. 고객에게 아이스크림 이상의 가치를 주겠다는 철학으로 무장해 있다. 바코드 없는 그 특별한 상품의 이름은 ‘좋은 기분’이다.

“좋은 기분이란 씨앗과 같습니다. 가게가 내뿜는 좋은 기분은 반드시 사람들과 사회로 퍼져나가고, 사람들과 사회의 좋은 기분도 반드시 가게로 돌아옵니다.”

‘녹기 전에’ 주인장 박정수씨가 펴낸 ‘좋은 기분’(북스톤)에 박혀 있는 문구다.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빠른 속도로 실종되고 있는 접객(接客)의 의미를 새삼 일깨운다. 원래는 함께 일할 동료를 찾기 위해 만든 가이드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채용 공고를 올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지원자들뿐 아니라 손님이나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 다른 분야의 기획자들까지 공감을 표하며 연락해온 것이다.

아이스크림이란 무엇인가? /녹기 전에

“한마디로 그것은 지금 우리 시대에 찾아온 ‘태도의 위기’에 공감한다는 신호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위기를 정통으로 맞은 업장들은 운영비 중에서 가장 큰 덩치를 차지하는 인건비에 손을 댔다. 키오스크에 접객을 맡긴 것이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도 대형 마트처럼 키오스크가 등장했다.

이 표정 없는 모니터가 앞으로 접객의 대부분을 담당하게 될까. 디지털 소외 계층이 다루기 어렵다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서 서서히 자라나는 교감의 상실과 직결돼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키오스크는 물건과 돈을 교환하기 편리하고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지만, 손님에게 풍부한 기분을 제공할 기회는 줄어든다. ‘태도의 위기’는 그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출근길에 들르는 커피 전문점에서도 발견하게 된다. 주문한 커피가 나올 때마다 “맛있게 드세요!” 말하는데, 어떤 점원의 말투와 표정은 다른 점원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그 차이로 어느 날은 기분이 올라가고 어느 날은 기분이 처진다. 대화와 제스처, 눈빛의 교환이 마음에 공명을 일으키는 것이다. ‘녹기 전에’는 들어오는 사람의 기분을 파악하고 더 나아지도록 행동하는 가게다. 우리 모두는 사실 누군가를 대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접객은 당신의 일을 칭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이스크림 가게 '녹기 전에' 입구. 간판이 있을 자리에 시계를 놓았다. /녹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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