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이문역 근처 중랑천 변에 낮게 웅크린 건물이 있다. 하늘색 지붕을 가진 삼천리이앤이(옛 삼천리연탄). 1968년부터 가동된 공장이다. 지난 4일 오전에 가 보니 적재함이 텅 빈 트럭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공장에서 연탄을 찍어내는 소음이 밖으로 새어 나왔다. 크렁크렁(쿨럭쿨럭) 노인의 기침 소리처럼 들렸다.
탄광은 1년 내내 돌아가지만 연탄은 겨울 한철 장사다. 동이 트기 전부터 ‘물건’을 기다리는 진풍경을 만날 수 있다. 트럭들의 긴 행렬이다. 운전석에 앉아 담배를 피우던 한 소매상이 말했다. “시흥 연탄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이제 서울에 연탄 공장은 이곳뿐이다. 유류비와 가스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부지런히 실어 나른다.”
3.65㎏인 연탄 한 장은 약 8시간 탄다. 1960년대에 전국 연탄 공장은 400여 곳에 달했다. 쌀과 함께 생필품이던 시절이다. 연탄은 서민과 애환을 함께한 ‘국민 연료’였다. 당시 서울시민이 하루에 800만~1000만장을 사용했는데, 삼천리연탄이 매일 200만장을 생산했다.
연탄은 빵과 닮은 구석이 있다. 무연탄 90%에 물 10%를 섞어 반죽한 뒤 연탄을 찍어낸다. 밀가루와 물로 굽는 빵 공장과 비슷하다. 10월부터 일손이 바빠져 이듬해 2월까지 성수기가 이어진다. 1000~2000장씩 트럭에 실린 연탄은 가정으로 절반, 식당이나 비닐하우스 농가로 나머지 절반이 배달된다고 한다. 연탄 트럭 기사가 도매상·소매상에 배달원 역할도 한다.
연탄 한 장은 평균 850원. 지역이나 인건비, 배달 조건에 따라 최종 소비자 가격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무연탄을 공장으로 수송하는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데 10여 년 동안 동결돼 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판매 물량은 줄고 고정비용은 그대로다.
22공탄(구멍 22개)을 생산하는 삼천리이앤이는 하루에 15만~20만장을 찍어낸다. 연탄은 구멍이 많을수록 무게는 가벼워지고 화력은 세진다. 김두용 전무는 “공장 앞에 전날 밤 9~10시부터 대기하는 기사들도 적지 않다”며 “트럭 안에서 자고 연탄을 한두 번 더 실어 나르기 위해서”라고 했다. 마른기침 소리처럼 들렸다. 서울의 마지막 연탄 공장은 오늘도 새벽 4시에 깨어난다.
※ QR코드에 휴대폰을 갖다 대거나, 인터넷 주소창에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5743을 넣으면 구독 창이 열립니다. ‘이메일 주소’와 ‘존함’을 적고 ‘구독하기’를 누르면 이메일로 뉴스레터가 날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