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형사가 또 한 번 천만 고지를 밟는다. 마동석이 주연한 영화 ‘범죄도시3′는 개봉 일주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해 ‘범죄도시2′(1269만명)보다 빠른 흥행 속도다. 코로나 사태 이후 OTT가 성장하며 영화 소비 패턴이 크게 달라졌지만, 극장의 위기 속에서도 어떤 시리즈는 건재하다는 사실을 연타석 홈런으로 입증하고 있다. 반가우면서도 의아한 일이다.
코로나 이후 극장 관객은 약 4분의 1로 줄었다. 하지만 볼 게 없어 심심하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OTT나 유튜브 등으로 콘텐츠는 24시간 내내 차고 넘친다. 비싼 관람료를 내고 극장을 찾아야 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기존 흥행 공식은 다시 써야 한다. 큰 스크린, 좋은 사운드, 쾌적한 환경에서 동반자와 실컷 즐길 수 있는 영화라야만 생존에 유리할 것이다.
‘범죄도시3′는 그 격변기에 흥행 중이다. 압도적 힘을 가진 형사 마석도(마동석)가 나쁜 놈들 때려잡고 정의를 구현하는 이야기 골격은 그대로다. 빌런(악당) 등 거죽만 좀 달라졌다. 거짓은 탄로 나고 부정한 사람은 결국 벌을 받는다. 같은 편에게는 너그럽고 재미있지만 나쁜 놈들에겐 무자비한 마 형사는 말한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민중의 몽둥이”라고. 악을 응징하는 장면에서는 타격감이 청량하다.
맨주먹 액션을 근접 촬영으로 밀도 있게 담았다. 시나리오 각색, 캐스팅, 액션 등 배우 겸 제작자 마동석이 제안한 게 많다. 촬영장에 불어넣은 유쾌한 기운까지, 이 영화 흥행의 8할은 그의 몫이다. 지난 반년 동안 한국 영화는 줄줄이 죽을 쒔는데 ‘범죄도시’ 시리즈는 왜 인기일까?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우리가 이따금 콜라를 찾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콜라는 누구나 아는 맛이다. 가끔 당길 때 마시면 더도 덜도 아닌 딱 그 콜라다. 좀 뻔하고 익숙하지만 기대한 만큼의 맛이랄까. 액션과 개그를 섞은 이 오락영화는 결코 건강식은 아니어도 주기적으로 찾게 되는 콜라와 같다. ‘범죄도시3′는 ‘여고괴담3′ ‘가문의 영광3′ ‘조선명탐정3′ 등 역대 한국 영화 시리즈 3편의 기록들을 모조리 깼다. 왜 이렇게 흥행하냐고? 세상에 악당이 너무 많으니까. 시원하게 싹 쓸어버리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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