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치인이 ‘이부망천’이라고 했다. ‘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는 망언이었다. 막 떠들다가 나왔다고 하기에는 입에 착 붙었다. 당시 인천에서 20년을 살고 부천으로 갓 이사를 왔다는 작가 양다솔은 “그러니까 나는 태어날 때부터 망했고 이제 막 이혼을 한 상태”라며 이렇게 썼다. “공교롭게도 당시 주소는 서울이었다. 내 인생은 바닥에서부터 시작해 가파른 상승세다. 내가 주식이라면 워런 버핏이라도 몰빵할 것이다.”
깔깔 웃다가 ‘불행 피하기 기술’이 떠올랐다. 이 책을 쓴 롤프 도벨리는 베스트셀러 ‘스마트한 생각들’의 저자로 유럽에서 주목받는 지식 경영인. 몇 년 전 스위스에서 만난 그에게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부터 물었다. “신학자들은 ‘신(神)이 무엇인가는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무엇이 신이 아닌지는 정확히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좋은 삶이란 불행이 없는 상태다. 누가 당신에게 1000만 달러를 준다고 치자. 삶에서 뭘 바꾸고 싶은가. 집? 자동차? 배우자?(웃음)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다면 좋은 삶이다.”
‘불행 피하기 기술’은 좋은 삶을 위한 정신적 도구를 52가지로 정리했다. 도벨리는 인터뷰 자리에 맥가이버 칼을 들고 나왔다. 가위, 줄, 송곳, 드라이버, 병따개 등 여러 가지 도구가 들어 있는 스위스 칼 말이다. “우리 삶도 이것과 마찬가지다. 세상을 이해하려면 다양한 사고방식이 담긴 툴박스(연장통)가 필요하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이런 실험을 제안한 적이 있다. ‘엄마 배 속에 일란성 쌍둥이가 있다. 둘 다 동일한 지능과 열정을 지니고 있고 한 명은 미국에서, 다른 한 명은 방글라데시에서 성장하게 돼 있다고 치자. 당신이 그 쌍둥이 중 하나라면 미국에서 자라기 위해 미래의 수입 중 얼마를 내놓을 의향이 있나?’ 사람들은 80% 정도 내겠다고 답했다. 출신과 환경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불행 피하기 기술’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주식으로 말하자면 나는 ‘마이너스의 손’이다. 제때 팔지 못해 묵은 주식들은 오늘 어떤 시세일까. 손이 근질거려 열어 봤다가 후회했다. 그냥 덮어두는 게 상책인 것을. 날씨는 왜 이토록 찜통인가, 하늘을 원망하며 밤에 냉동실 문을 열었다. 멀리 구석에 아이스크림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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