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에서 띠는 어떤 동기를 부여한다고 합니다. 흰 띠, 파란 띠, 빨간 띠, 검은 띠 등 단계별로 칭찬의 기술도 달라지지요. 흰 띠를 맨 입문자에게는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하며 가능성을 심어줍니다. 파란 띠는 1년쯤 배워 좀 지루해지고 계속해야 할지 의심이 생기는 구간입니다. 인내가 필요할 때이니 “그동안 잘해왔잖아. 더 할 수 있어”라고 격려해줍니다. 빨간 띠에는 책임감, 검은 띠엔 리더십을 키워준다고 합니다.
1979년 미국으로 이민 가 40년 넘게 태권도 사범으로 살아온 정순기 그랜드 마스터에게 들었습니다. ‘그랜드 마스터’란 태권도 고단자(8~9단)를 아우르는 명칭입니다. 2020년 대한태권도협회가 연 박람회에 강연자로 초청받은 그는 “태권도 수련은 블랙벨트(검은 띠)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게 아니라 일종의 사회 체육”이라며 “몸을 쓰면서 배우는 기쁨이 있고 우렁찬 기합을 넣고 몰입하며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의 도장에는 10년 넘게 다니는 성인 수련생이 많다고 합니다. 사장·청소부·의사 등 직업은 다양하지만 흰 도복을 입으면 다 같은 수련생입니다. 띠대로 서서 겨루기를 하면서 좋은 파트너 관계를 맺지요. 태권도를 하면 업무나 공부 효율도 올라간다고 영업(?)을 하더군요. 다만 “줄을 서기만 해도 자신을 점검할 줄 알게 된다”는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승급 심사를 받는 열두 살 소년에게 “목표가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답니다. 대답이 걸작입니다. “항상 좋은 차렷을 하는 것입니다.” 스승이 거꾸로 제자에게 배웠다고 합니다. “속단하지 말아야 해요. 뭔가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려는 자세, 출발선에 서서 시동을 걸기 직전의 마음가짐, 그 초심을 늘 가다듬으려고 애쓴다면 도장 밖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유단자 선배들에 이어 ‘아무튼, 주말’을 새로 맡으면서 그 소년의 대답이 떠올랐습니다. 항상 좋은 차렷을 한다는 것. 일단 그것이 제 목표입니다. 남에게 베스트 파트너가 되려고 힘쓰면 나도 베스트 파트너를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아무튼, 주말’은 화제의 인물과 사건을 다른 시각, 다른 깊이와 폭으로 들여다보면서 독자들께 주말의 베스트 파트너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B8면을 펼치면 구례 화엄사에서 드론으로 담아 온 홍매화 사진이 있습니다. 그 옆에서 스님이 싸리 빗자루로 정갈하게 머리를 빗듯이 비질을 한 마당을 눈여겨 봐주십시오. 그 풍경 또한 좋은 차렷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이 북상한 주말입니다. ‘아무튼, 주말’이 실어온 꽃 기운을 만끽하시고 새로운 한 주를 활기차게 시작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