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당국이 지난 8일 대전 오월드 동물원을 탈출한 늑대 ‘늑구’를 찾고 있지만 사흘째 포획하지 못하고 있다. 소방 당국이 AI(인공지능)로 합성한 늑대 사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배포해 시민 불안을 키우고 생포의 ‘골든타임’을 놓친 사실도 드러났다.
10일 대전소방본부는 “지난 8일 제공한 ‘오월드 탈출 늑대 사진’은 AI를 활용해 만든 합성 사진으로 의심된다”며 “해당 사진을 삭제해 달라”고 밝혔다. 이 사진엔 늑대가 대전 중구 오월드 네거리를 걷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대전소방본부는 “늑대가 걸어가는 도로 모습이 실제 현장과 다르고 간판 글씨가 부자연스럽다”고 했다.
대전소방본부는 지난 8일 이 사진을 언론사와 대전시에 배포했다. 대전시는 이 사진을 근거로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는 오월드 네거리 쪽으로 나간 것으로 확인됐으니 인근 시민분들은 안전에 유의 바란다’는 재난 문자를 주민들에게 보냈다. 이 때문에 근처 산성초등학교는 자녀를 귀가시키려는 학부모들이 몰려 혼란을 빚었다. 이 학교는 9일 하루 문을 닫았다. 주민 불안이 커지면서 8~9일 경찰과 소방 당국, 대전시 등에는 “늑대를 봤다”는 신고가 100여 건 쏟아졌다. 대전소방본부는 “접수된 신고 대부분이 오인 신고로 확인됐다”고 했다. 결국 엉뚱한 현장을 수색하느라 시간과 인력을 소진한 것이다.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사건은 당시 현장 상황실에서 시작됐다. 상황실에 파견된 한 공무원이 “시중에 이런 사진이 돌고 있는데 탈출한 늑대가 맞느냐”고 물었고 대전소방본부는 동물원에 문의한 뒤 배포했다고 한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사진을 동물원 직원에게 보여줬더니 ‘탈출한 늑대가 맞는 것 같다’고 했다”며 “당시는 다급한 상황이라 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목격자가 직접 찍은 사진을 받은 것도 아니고 온라인에 도는 사진을 검증 없이 배포한 건 문제”라고 했다. 주민 이모(56)씨는 “사진이 진짜였다면 당시 오월드 네거리 주변에서 신고가 속출했을 것”이라며 “혼란을 수습해야 할 당국이 오히려 주민 불안을 키웠다”고 했다. 8일 하루 오월드 네거리 주변에서 접수된 신고는 한 건도 없었다고 소방 당국은 밝혔다.
전문가들은 소방 당국이 AI 합성 사진 때문에 늑구를 생포할 골든타임 48시간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집단 생활하는 늑대는 귀소 본능이 있는데 48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고 한다. 최현명 청주대 동물보건복지학과 겸임교수는 “늑구는 동물원에서 나고 자라 사냥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먹이를 찾지 못하면 폐사할 가능성이 있어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지난 9일 불이 난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에는 60대 근로자가 이틀째 고립돼 있다. 소방 당국은 9일 잠수함 내부에서 근로자 A씨를 발견했지만 구조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은 10일 오후 근로자가 사망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소방 당국은 10일 “화재 진압 과정에서 잠수함 내부에 물을 뿌려 감전 등 위험이 큰 상황”이라며 “열풍기를 동원해 잠수함 내부의 배터리룸을 말린 뒤 폭발 위험이 큰 리튬이온 배터리를 해체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새벽엔 잠수함 내부에 들어가던 HD현대중공업 관계자가 감전돼 화상을 입었다. “잠수함 배터리룸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 증언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당시 정비를 위해 외부에서 전기를 끌어다 쓴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적인 이유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지난 9일 오후 1시 38분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정비 중이던 홍범도함 내부에서 불이 났다. 작업자 47명 중 46명은 탈출했으나 A씨는 빠져나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