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0시 49분쯤 울산 북구 동울산세무서 청사 앞 야외주차장에서 50대 택배 기사가 분신을 시도해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진은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정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울산 한 세무서에서 지난 26일 50대 택배 노조 간부가 분신을 시도한 사건과 관련해, 그가 속한 노조원 일부를 포함해 전국의 택배 기사 수백 명이 1000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국세청과 울산 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49분쯤 울산 북구 동울산세무서 청사 앞 야외 주차장에서 50대 민원인 A씨가 분신을 시도하다 중상을 입었다.

A씨는 전국택배노조 울산지부 산하 노조 지회장으로,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과세자료 해명서를 통지받고 전날 세무서를 찾아 상담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세자료 해명 안내는 국세청이 수집한 자료와 납세자의 신고 내용이 불일치할 경우 해명 기회를 부여하는 절차다.

세무 당국에 따르면 A씨는 세무 대리인 B씨에게 수수료를 지급하고 부가가치세 신고를 맡겨왔다.

그러나 지난해 세무 조사에서 B씨가 지난 2020년부터 5년간 전국 주유소와 정비소의 사업자등록번호를 도용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공제 세액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탈루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같은 수법은 입소문을 타고 울산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택배 기사들에게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지역의 기사들에게 B씨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 결과 B씨가 허위로 발행한 세금계산서 규모는 977억원에 달했다. B씨가 관리한 인원도 택배 기사 666명, 화물차 기사 등 기타 인원 107명 등 총 773명으로 파악됐다.

B씨는 A씨를 비롯한 택배 기사들에게 “불법이고, 사후엔 세금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고 몇 차례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들은 자신의 홈택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B씨에게 맡겨 세금 신고를 의뢰했다고 세무 당국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현재 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겨져 조사를 받고 있다.

A씨를 비롯한 기사들은 과거 5년 치 미납 세금과 성실 납부 위반 가산세 등을 포함해 평균 1인당 1억원에 가까운 추징금을 통보받았다. A씨는 이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전날 분신 시도에 앞서 노조원이 속한 텔레그램 방에 탈세 행위에 대해 반성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대통령님 선처 부탁드립니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이 글에서 “저를 포함한 힘없는 택배 기사들이 죄책감에 지난 과오를 많이 반성하고 있다”며 “부디 넓은 아량으로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썼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택배 기사들이 부당하게 세금을 공제받기 위해 대리인에게 세금 신고를 위임한 것”이라며 “납세자의 세금 문제 해결을 위해 세무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 유감이며 부상자의 조속한 쾌유를 바란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의 의식이 회복되는 대로 진술을 확보해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