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 울산교 위에 지어진 울산세계음식문화관. /울산시

지난 22일 울산 태화강 울산교 위. 코끼리 티셔츠를 입은 태국인 파니사라 잠농폰(38)씨가 태국식 볶음밥 ‘카우팟 끄라파오 무쌉’을 접시에 담아냈다. 다리 위로 향신료 냄새가 한가득 퍼졌다. 남편, 아들과 함께 따끈한 볶음밥을 맛본 서혜진(40)씨는 “매콤한 고추가 들어가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며 “태화강 풍경을 보며 먹으니 색다른 기분”이라고 말했다.

파니사라씨는 2019년 남편 정병구(39)씨와 결혼해 울산에서 다섯 살 딸을 키우고 있다. 공연이 있을 때면 남편과 함께 마술사로, 평소에는 요리사로 일한다. 파니사라씨는 “미식의 나라 태국의 맛을 시민과 관광객에게 제대로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했다.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울산교 위 ‘세계 음식 문화관’이 울산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울산교는 평소 차량이 다니지 않고 보행자만 건널 수 있는 곳이다. 3주 전 이곳에 베트남·우즈베키스탄·태국·이탈리아·일본·멕시코 등 6국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문화관이 생겼다. 다리가 ‘세계 음식 거리’로 재탄생한 것이다. 예산은 20억원이 들었다. 4동짜리 나지막한 건물로, 벽을 통유리창으로 채워 태화강을 바라보며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했다. 26일 오후 찾은 베트남 식당은 평일인데도 실내외 6개 테이블이 ‘만석’. 음식을 하는 베트남 출신 천투안(47)씨는 “주말이면 하루 300명 넘게 찾아와 쌀국수를 먹고 간다”며 “손님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정성을 다 하겠다”고 했다.

울산세계음식문화관 해울이 까페 내부 모습. /김주영 기자

울산시가 문화관을 짓기로 한 배경엔 최근 울산에 늘어나는 외국인 근로자가 있다. 울산의 등록 외국인 수는 올해 1월 기준 2만283명으로, 울산 전체 인구의 2.8%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의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음식으로 향수를 달래고, 시민들도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며 외국인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각 식당에선 나라별 전통 음식 3~4가지를 판다. 일본식 닭 요리인 ‘치킨 난반’, 우즈베키스탄의 볶은 소고기 요리 ‘갈란드스키’ 등이 인기다. 오전 11시~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월요일은 휴무다.

울산교는 1935년 개통돼 울산 남북을 잇는다. 노후화로 1994년부터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울산시 관계자는 “구조 안전성을 검토해보니, 차량 통행은 어렵지만 시민 수백 명이 다니는 건 문제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오래된 다리가 시민들의 새로운 사랑방이 된 것”이라고 했다. 음식점에서 나온 폐수는 다리에 설치한 하수관로를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보낸다. 이승태 울산시 식의약안전과장은 “강이 오염될 우려는 전혀 없다”고 했다.

관건은 날씨다. 다리 위 건물이다 보니 비가 많이 쏟아지거나 강풍이 불면 문을 닫을 계획이다. 울산시는 한여름에 대비해 유리창 블라인드, 냉방 시설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많은 관광객이 찾는 태화강국가정원과 더불어 문화관도 울산의 주요 관광 코스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