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제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석유화학과 비철금속 등 주력 산업이 부진을 겪으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울산은 ‘인공지능 전환(AX)’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그 중심에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있다.
유니스트는 ‘동남권(부산·울산·경남) 과학기술 혁신 허브’를 기치로 내걸고 첨단 기술, 융합 연구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취임 1년 6개월을 맞은 박종래(67) 유니스트 총장은 25일 본지 인터뷰에서 “유니스트가 한국 제조업의 메카인 부울경의 두뇌가 돼 지역 산업의 판도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전통 제조업이 위기다. 부울경 제조업 혁신을 어떻게 할 건가.
“유니스트는 6년전 부울경에서 가장 먼저 AI대학원을 설립했다. 5년전부터는 울산 제조업 기업 재직자들이 AI기반 ‘스마트 공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강의를 해주는 ‘노바투스 아카데미아’도 운영중이다. 현재까지 222개 기업, 임직원 483명이 수료했다.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관심이 높다. 대기업은 연구 개발 기능이 있는 본사가 서울에 있고, 중소기업은 연구개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산업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그동안 기업들이 수십년간 축적해 온 제조업 데이터에 AI 기술을 도입해 공정 정확도를 올리거나 작업 효율을 높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부터는 본교의 최첨단 연구장비와 슈퍼컴퓨팅센터 전문 장비를 지역 기업에 전면 개방한다. 세계적 연구 역량을 갖춘 본교가 연구개발 컨트롤 타워가 돼서 모빌리티, 조선, 에너지에 특화한 제조AI 모델을 만들겠다.”
-유니스트는 최근 정부의 ‘4극3특 지역연구개발 혁신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어떤 사업인가.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중부·대경·호남·동남 등 4대 권역 과학기술원에 예산을 줘 지역에 필요한 연구개발 사업을 하는 것이다. 유니스트는 올해 130억원, 내년부터 260억원을 지원받아 동남권 R&D사업단을 이끌게 된다. 조선·해양·기계·우주항공·철강·석유화학 등 부울경 제조업 데이터에 AI를 접목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일 계획이다. 부울경은 대기업부터 1~4차 밴드 협력업체까지 양질의 산업데이터가 축적돼 있어 국가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부울경 청년들이 수도권 등지로 계속 떠나고 있다.
“인재 양성만큼 중요한 것이 이들을 지역에 남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좋은 일자리와 정주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 부울경 각지에 흩어진 연구 기관, 대학들과 협업해 딥테크 창업 생태계도 활성화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만들겠다.”
-AI시대, 어떤 교육을 할 건가.
“최근 국내 명문대학들에서 학생들이 AI를 이용해 시험을 본 부정 사례가 잇따랐다. 교육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심각한 시그널이다. 대학은 더 이상 단순히 지식 전달자 역할만 해서는 안된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협업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올해부터 유니스트는 전교생에 AI융합 교육을 한다. 학생들이 AI 답변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잘 질문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