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만공사(BPA)는 부산항 항만 운영 전반에 AI 기술 도입을 추진한다. 사진은 부산항 신항 전경. /BPA 제공

AI(인공지능) 챗봇이 24시간 민원 상담을 하고, 드론이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해양 쓰레기를 실시간으로 살핀다. 강풍이 불기 전 항만 크레인이 스스로 위험을 예측하고, 컨테이너는 넘어지기 전에 경고를 보낸다. 영화 같은 장면이 아니다. 부산이 2030년까지 구현하겠다고 밝힌 미래 행정과 산업 현장의 모습이다. 앞으로 이런 AI 기술이 부산 시민들의 일상으로 성큼 다가올 전망이다.

부산시는 행정과 산업, 시민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총 3730억원 규모의 AI 생태계를 오는 2030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부산시는 ‘제6차 부산시 정보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사람 중심, AI로 혁신하는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이번 계획에는 2030년까지 추진할 56개 이행 과제가 담겼다. 과제 수행에 들어가는 예산은 총 3730억원에 달한다.

부산시는 국내외 AI 기술 동향과 정책 사례를 분석하고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토대로 세부 이행 과제를 마련했다. 단계별 목표도 제시했다. 내년까지는 부산형 AI 경쟁력을 확보하고, 2028년부터는 디지털 생태계 조성에 본격 착수한다. 2030년에는 해양 산업과 AI를 결합한 디지털 혁신 도시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작년 7월 해병대사령부 전투실험용 물자수송드론이 국내에서 비행하고 있다. /해양드론기술 제공

기업 간 산업 데이터를 연계해 활용도를 높이고, 부산형 AI 선도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자율 제조 기반을 마련하고 부산 제조업 특성을 반영한 피지컬·버티컬 AI 과제 발굴에도 나선다. 피지컬 AI는 로봇이나 자동화 설비를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AI다. 버티컬 AI는 제조나 물류처럼 특정 산업에 맞게 설계된 맞춤형 전문 AI를 뜻한다. 박동석 부산시 첨단산업국장은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AI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의 핵심 산업인 해양·항만 분야는 이번 계획의 중심축이다. 해수욕장 안전 관리와 해양 쓰레기 대응을 AI로 통합 관리한다. 부산항만공사도 ‘부산항 AX(인공지능 전환)’ 추진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들어갔다. 항만 운영 전반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추락 위험이 높은 컨테이너 고정(라싱) 작업이나 냉동 컨테이너 점검 작업을 할 로봇을 개발하고, 크레인 와이어로프의 결함을 자동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강풍에 컨테이너가 넘어질 가능성을 미리 계산해 대응하는 지능형 예측 체계도 구축한다. 사람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던 영역을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보완하는 셈이다. 송상근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부산항은 항만 운영 경험과 AI 기술을 결합하는 AI 대전환으로 글로벌 항만 시장의 선도자가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부산항이 앞장서겠다”고 했다.

시민 생활과 맞닿은 영역에서도 변화가 시작된다. 부산시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공의료·생활안전·범죄 예방과 대응에 AI 기술을 접목한다. 24시간 상담이 가능한 AI 챗봇과 돌봄 정보 통합 안내 서비스를 통해 시민은 필요한 정보를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 장애인 거주 시설과 취약계층 지원 현장에는 AI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안전 모니터링 체계를 도입한다. 재난·안전·교통·도시·산업 분야에서는 AI 기반 분석·예측 기술로 사고와 위험 요소를 사전에 감지하고 선제 대응에 나선다.

부산시 행정에도 AI 주무관이 등장한다. 부산시는 다음 달 ‘AI 부기 주무관’을 처음 선보인다. ‘부기’는 부산갈매기의 줄임말로 부산시의 소통캐릭터다. 생성형 AI인 부기 주무관은 보고서 초안 작성 등을 맡는다. 반복적인 문서 작업에 들이던 시간을 대폭 줄여 행정 효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박근록 부산시 행정자치국장은 “시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AI 행정으로 행정서비스의 편의성과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AI·첨단 반도체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해양 AX(인공지능 전환) 허브’로의 도약에도 속도를 낸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 6일 시청 국제의전실에서 해군과 ‘해양 및 국방 분야 인공지능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서에는 부산을 국방 AI의 핵심 거점으로 조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는 국방 AX 거점 조성을 통해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민관군이 함께 해양·국방 데이터와 실증 장소를 공동 활용해 AI 기술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부산은 국내 최대 물동량을 처리하는 항만 시설과 다양한 해양 연구기관, 센텀첨단산업단지 등 디지털 산업 기반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해군·해병대 관련 AI 기술 연구개발과 실증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평가다. 민간에서 개발하고 실증한 기술을 해군작전사령부 등 실제 현장에 신속히 적용하고, 국방 데이터의 민간 활용을 통해 기술 고도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는 이번 협약으로 지역 AI 기업의 국내외 해양·국방 첨단시장 진출이 확대되고, 기술·교육 협력을 통해 청년 창업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AI가 행정 혁신을 넘어 산업 구조 전환과 일자리 창출로까지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번 협약은 부산의 국제 해양 AI 허브도시 도약과 해군의 국방 AI 대전환 추진에 힘을 더하는 동반성장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