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사업장에 설치한 근로자 안면인식 출입시스템 설비 등을 무단으로 떼어낸 노동조합 간부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울산지방법원 형사4단독 임정윤 부장판사는 27일 재물손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전 지부장 A씨 등 전직 노조 간부 1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 등은 지난 2024년 4월 HD현대중공업 사업장 내에 안면인식기를 포함한 출입시스템과 CCTV 기능이 있는 화재 감지기 설치에 반발해 설비 부품을 떼어내고 통신선을 절단하는 등 회사 재물을 손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 설비들을 설치하기 위한 개인정보 동의 과정에서 근로자들의 자기결정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동의 거부 시 휴가비와 귀향비 지급, 근로계약 이행 등에서 불이익이 예고돼, 근로자들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개인정보 동의 여부를 결정하기가 사실상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설비들은 근로자 감시 설비에 해당할 수 있어 노사협의회 협의를 거쳐야 하고, 노조가 사전에 설치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노사협의회에서 관련 내용이 논의되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근로자들의 기본권과 기본정보 제공 과정상 절차적 권리 등 여러 가지 권리 침해가 임박한 상황에서 이에 대항해 한 최소한의 대응 행위”라며 “형법 20조에서 정한 정당 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울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급격한 산업 전환의 파고 속에서 회사는 하청노동자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거리낌 없이 수집하고 통제하려 했다”며 “이는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노동을 통제 대상으로만 보는 구시대적 발상이자 명백한 인권 유린”이라고 했다.
이어 “사측은 인권 침해 행위를 공식 사과하고 간부들에 대한 부당한 징계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