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 경남은 ‘광역형 비자(E-7-3)’ 제도를 활용해 외국인 근로자를 충원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가 자체 기준을 세워 지역 산업에 맞는 외국인 근로자를 뽑는 비자 제도다. 올해부터 2년간 시범 운영한다.
조선업 메카인 울산과 경남은 2년간 베트남, 태국,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4국에서 용접공, 도장공 등 980명을 뽑아 조선소 현장에 배치할 계획이다. 울산 440명, 경남 540명이다.
지난달 26일 베트남 용접공 49명이 광역형 비자로 입국해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 일할 인도네시아 도장공 26명이 입국했다.
기존 ‘특정활동 비자(E-7)’와 달리 경력, 학력 조건을 완화하는 대신 조선업 기술과 한국어 능력 검증을 강화했다. 강기중 울산시 정책기획관은 “근로자가 해외에서 쌓은 경력은 검증하기 쉽지 않았다”며 “조선 현장에서 꼭 필요한 기능을 갖춘 인재를 데려올 수 있는 기준을 정했다”고 했다.
울산시와 HD현대중공업은 아예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현지에서 ‘맞춤형 외국인 근로자’를 양성하고 있다. 3~6개월간 용접, 도장 등 조선업 기술과 한국어를 가르친다.
경남도는 조선업 명장, 한국어 교수 등으로 자체 검증단을 꾸렸다. 검증단이 현지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실무 능력을 확인한 뒤 선발하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조선업은 위험한 업무가 많아 기업들이 한국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며 “한국어능력시험(TOPIK) 1급 수준인 근로자만 뽑고 있다”고 말했다.
광역형 비자는 두 지자체가 법무부에 요청해 도입한 것이다. 최근 조선업 호황으로 주문량이 크게 늘었으나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선·해양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에 따르면, 지난해 조선업 근로자의 미충원율은 14.7%로 전체 산업 평균(8.3%)의 2배 수준이다. 울산시는 2027년까지 조선업에 근로자 1만 3000명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청년들이 조선업은 고되고 위험하다고 생각해 기피한다”며 “당장 수주 물량을 쳐내고, 인건비가 싼 중국에 밀리지 않으려면 외국인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외국인이 들어와 조선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용접·도장·전기 등 필수 분야의 인력난은 여전히 심각하다”며 “광역형 비자가 대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광역형 비자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울산 동구 살리기 주민대회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울산시와 고용노동부에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확대하는 광역형 비자 사업을 폐기하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다. 주민 6500여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조선업이 비정규직 중심 산업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조선업의 기술력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력난을 해소하려면 내국인 숙련공을 계속 고용하고 원·하청 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