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지난 6일 철거 중이던 ‘보일러 타워’가 붕괴된 곳이다. 사고 나흘째인 이날 구조 현장에는 적막이 흘렀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구조의 ‘골든 타임(72시간)’도 지났다.
이번 사고로 매몰된 작업자 9명 중 2명은 사고 직후 구조됐으나 3명은 숨졌다. 나머지 4명이 잔해 더미 속에 있지만 구조는 난항을 겪고 있다.
4명 중 2명은 매몰 위치는 확인했으나 무게 수천t에 달하는 ‘H빔’이 가로막고 있어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소방은 밝혔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구조대원들이 커터로 철근을 끊고 손으로 땅을 파며 통로를 뚫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했다.
나머지 2명은 잔해 속 어디에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드론, 내시경 카메라, 수색견을 동원해 바깥쪽에서 볼 수 있는 건 다 확인했다”며 “잔해 더미 안쪽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4명은 60대 3명, 30대 1명이다.
전날 오후 5시 20분쯤에는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면서 구조대원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소방 당국은 “추가 붕괴를 감지하기 위해 놓아둔 센서가 반응한 것”이라고 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무너진 타워(5호기) 옆에 있는 4호기와 6호기를 해체한 뒤 구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4·6호기도 추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구조 작업에 대형 크레인을 투입하지 못했다”며 “4·6호기를 해체한 뒤 크레인을 투입해 5호기의 잔해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4호기는 폭파 전 기둥과 지지대 등을 잘라내는 취약화 작업을 마쳤고 6호기는 75% 진행한 상태라고 한다.
소방 당국은 “이날부터 6호기 취약화 작업을 시작했다”며 “이번 주 중으로 폭파를 마치고 다시 구조 작업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작업은 4~6호기 해체 공사를 하던 코리아카코가 맡는다. 4·6호기 아랫부분에 화약을 설치해 쓰러뜨리는 방식으로 해체한다.
4·6호기와 5호기가 30m 정도로 가까이 붙어 있어 매몰된 작업자들이 추가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매몰자 안전을 고려해 4·6호기가 5호기 쪽으로 쓰러지지 않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구조대는 이날 오전 매몰됐던 작업자 김모(44)씨의 시신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지난 7일 새벽 구조 도중 숨진 작업자다. 구조대가 6일 오후부터 13시간에 걸쳐 김씨를 덮친 잔해를 하나씩 잘라냈으나 마지막 팔 부분의 잔해를 남겨 놓고 결국 숨졌다.
김씨는 사고 당일 새벽 4시쯤 혼자 밥을 챙겨 먹은 뒤 첫차를 타고 출근했다고 한다. 김씨의 아내는 흙이 잔뜩 묻은 남편의 작업복을 보고 눈물을 쏟았다. 김씨의 작업복에는 현장 출입증과 인스턴트 커피가 들어 있었다. 김씨에게는 두 딸도 있다. 김씨의 아버지(72)는 “대학 등록금도 직접 벌어서 낼 정도로 성실한 아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현장에서 애를 태우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가족들이 온종일 잔해 옆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골든 타임이 지났지만 아직 포기하기에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는 사고 377시간 만에 구조된 사람도 있었다.
한편,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서발전에서 받은 ‘안전관리 계획서’에 따르면, 철거 공사를 수주한 원도급 업체 HJ중공업은 타워 하부 취약화 작업을 먼저 한 뒤 추가 작업을 하기로 계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작업자들은 타워가 쓰러지기 쉽게 하부에 취약화 작업을 한 뒤 상부에서 추가 작업을 하다 매몰됐다. 이를 두고 안전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구조물 해체 작업은 위에서 아래로 진행하는 게 상식인데 거꾸로 작업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안전관리 계획서에는 ‘해체 작업 시 구조물이 붕괴할 우려가 있어 상부에서 하부 방향으로 철거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다”며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