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과 야외 광장은 아이들 천국이었다. 이곳에선 ‘제2회 아이가 행복입니다. 부산’ 행사가 열렸다. ‘아이가 행복입니다’는 조선일보가 2018년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캠페인이다. 매년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격려하고, 출산·보육 정책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 부산 행사는 조선일보와 부산시가 공동 주최하고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성평등가족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후원했다. 부산·울산·경남에서 온 가족 2000명이 참석했다.
이날 부산시 소통 캐릭터 부기(부산 갈매기) 왕관을 쓴 아이들은 바람개비를 들고 행사장 곳곳을 누볐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어린 아이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부모와 행사장을 찾은 모습이었다.
야외 광장에선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마련한 ‘말과 함께하는 오감 체험’ 부스가 인기였다. 이곳에선 조랑말을 직접 쓰다듬으며 교감할 수 있다. 말에게 당근을 준 적이 있다며 자신 있게 다가간 박지후(2)군이 살짝 움직인 말에 놀라 뒷걸음질 치자 주변이 웃음바다로 변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가 마련한 체험 부스에는 어린이집 아이들이 몰렸다. 소방관들이 “불이야”라고 소리치자, 소방복과 헬멧을 쓴 정지유(2)양이 소화기 고정핀을 뽑고 불꽃을 향해 소화액을 힘껏 뿌렸다.
부산경상대의 우드 아트 만들기 부스와 국립해양박물관의 ‘수군 투구’ 만들기 체험,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의 열쇠고리 만들기, 옥스팜의 파우치 꾸미기 부스도 인기였다. 영상 제작 업체인 ‘투어이즈’가 마련한 VR 체험과 기장군도시관리공단의 ‘전통 놀이 체험 공간’에는 수학여행을 온 초등학생들로 북적였다.
부산경제진흥원에서는 ‘부산 다자녀 교육 지원 포인트’ 사업을 소개했다. 부산 다자녀 가정에 학습 교재 구입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지원금 30만~50만원을 지역 화폐인 ‘동백전’으로 지급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실내 부스에선 부산시의 임산부 배려석 알리미 ‘핑크 라이트’와 ‘부산 다자녀 교육 지원 포인트’ 등 다양한 출산·보육 정책이 소개됐다. 김민정(34)씨는 “여러 체험이 열린다고 해 아이와 놀러 왔는데 몰랐던 부산시의 다양한 정책을 알게 돼 너무 좋았다”며 “출산·보육 정책을 소개하는 자리가 자주 마련되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신문 1면으로 만들어 보는 신문기자 체험도 큰 인기를 끌었다. 어린이조선일보가 선보인 이 행사에선 노트북으로 기사를 작성한 뒤 신문을 인쇄까지 할 수 있었다. 주진우(부산 연동초6)군이 대표를 맡은 ‘진우신문’의 톱 기사는 김도현(부산 연동초6) 기자가 작성한 ‘즐거운 수학여행’ 기사였다. 근처에는 ‘AI(인공지능) 로봇’과 오목 한판을 둘 수 있는 코너도 설치됐다.
이날 행사의 꽃은 ‘31초 우리 가족 행복 담기’ 사진·영상 공모전 시상식이었다. 올해 전국에서 역대 가장 많은 5820점이 접수됐다. 이 중 부산에서 출품된 323점 중 보석 같은 여섯 가족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최우수상은 나영준(37)·송민주(34)씨 가족에게 돌아갔다. 부부는 결혼할 때부터 다자녀를 계획했다. 특히 남편 영준씨는 ‘독수리 5형제’를 꿈꿨다고. 두 사람의 자녀 계획은 순조로웠다. 연달아 아들 도현(4)·도준(3)군을 낳았다. 부산에 사는 양가 부모님이 많은 도움을 줬지만, 연년생 아들의 넘치는 에너지는 부부 예상보다 컸다. 민주씨가 육아 휴직을 냈지만, 직장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라는 현실의 벽도 있었다. 두 사람은 “셋만 낳아 잘 키우자”로 노선을 바꿨다. 그렇게 지난해 7월 꿈에 그리던 막내딸 도은이가 세상에 나왔다. 민주씨는 “연년생 아들과 막내딸 세 아이를 키우는 게 보통 힘든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주는 감동과 기쁨이 더 크다”고 했다. 민주씨가 소감을 밝히는 내내 두 아들은 무대를 휘젓고 다녀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신민경(35)씨는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형제의 사진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사랑하는 친구 같은 형제의 순간을 포착한 것. 민경씨는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으로 상을 받을 수 있어 의미가 더 큰 것 같다”며 “돌아보면 아이들이 오기 전 무미건조한 회색빛 제 인생이 아이들을 만나며 무지개색으로 바뀌었다. 여기 오신 모든 분에게도 무지개가 찾아오길 바란다”고 해 큰 박수를 받았다.
안병용(39)·박희정(40)씨는 다섯 살 터울 동생 루비(2)를 만난 언니 루아(7)의 성장기를 담은 영상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희정씨는 “첫째를 낳고 너무 힘들어 둘째 생각은 없었는데, 남편이 ‘첫째 같은 예쁜 딸 하나 더 낳자’고 해 둘째를 낳았다”며 “낳고 보니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고 했다.
장려상을 받은 이창우(12)·수아(10) 남매는 가족을 ‘사탕’에 비유했다. 달콤한 행복을 주고, 끈적끈적하게 붙어 절대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 가족과 닮아서다. 이인영(46)·박소은(46)씨는 “앞으로도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사진 부문 장려상은 갓 태어난 막내 우빈(1)과 우진(4)·우성(2) 삼 형제의 사랑스러운 순간을 포착한 ‘삼 형제 합체’가 받았다. 아내 박선미(35)씨는 “아이들이 계속 행복하게 웃을 수 있도록 모두가 너그러운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황성일(41)·서소영(36)씨는 첫째 다연(2)이와 올해 5월 태어난 동생 다온(1)이가 만나는 순간을 영상으로 기록해 장려상을 받았다. 소영씨는 “아이를 먼저 출산한 친구가 ‘아이를 낳으면 행복이 뭔지 알 수 있을 거야’라고 했는데, 그 말의 의미를 요즘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번 행사는 오는 25일까지 이어진다. 이날 하늘연극장에선 ‘브레드 이발소’ 공연이 오전 11시와 오후 3시 두 차례 열린다. 공연에서는 만화 브레드 이발소에 나오는 캐릭터들과 함께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오후 1시에는 두뇌 개발 전문의 노규식 원장이 ‘내 아이를 바꾸는 두뇌 교육법’에 대해 소개한다.
이날 오후 마련된 ‘국민 멘토’ 오은영 박사의 초청 강연은 400여 객석을 꽉 채우며 부모들의 호응을 받았다. 강연장에선 아기 띠를 맨 채 아이를 얼르며 강의를 듣는 엄마와 아내 손을 잡고 온 아빠 등 열정적인 부모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오 박사는 이날“저출생이 심각한 요즘 자녀를 행복하게 키우는 일은 한 가정의 문제일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중대한 과제”라며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을 잘 키우려 하는만큼 노력하면 충분히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인간성을 키워주려면 먼저 아이들의 감정을 수용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해 부모들의 공감을 샀다. 오 박사는 “어릴 때 주폭인 아버지가 있었던 한 엄마는 부모가 돼서도 자식이 울거나 화를 내면 그 자체를 불편해하며 아이의 감정을 살피기 바빴다”며 “이는 공감이 아닌 감정이입이다.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한편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땐 제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최근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자녀로서 느낀 감정도 객석에 전했다. 그는 “지난해 94세로 아버지가 소천하셨다”며 “평생을 친정 부모님, 시부모님과 함께 살았는데,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부모가 자식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제게 ‘너 같은 딸을 낳아 평생 행복했다. 평생 네가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고맙다’고 하셨다”며 “저는 ‘아버지, 제게 사랑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다. 그래서 제가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어떤 부모는 자식이 평생을 고마워하고, 세상을 떠나면 그리워하지만 어떤 부모는 자녀들에게 평생 상처를 주기도 한다”며 “그렇지만 자식을 위해 가장 잘 변하는 것도 부모”라고 조언했다.
그는 과도하게 선행 학습을 하는 세태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오 박사는 “정보를 외우는 게 중요하지 않은 AI 시대에는 나이에 맞는 적기 교육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