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금 협상 교섭이 부진하자 10일 불법 크레인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10일 HD현대중 노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0분쯤 백호선 HD현대중 노조지부장이 회사 내 40m 높이의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하고 있다.
턴오버 크레인은 선박을 만드는 대형 블록을 뒤집는 데 사용되는 핵심 설비다. 가동이 멈출 경우 선박 블록 제작과 조립 일정이 차질을 빚어 납기 지연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조합원들은 크레인 아래에서 파업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백 지부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올해 추석 전 임금 인상안을 쟁취하기 사즉생의 각오로 크레인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미포조선을 합병하고, ‘마스가’(MASGA) 프로젝트 구상으로 세계적 선박 건조 기업으로의 위상을 높이는 가운데 그것을 이뤄낸 구성원들과 조합원에 대한 예우와 보상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노조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9시부터 7시간 파업을 했다. 노사는 지난 5월 20일 올해 임금 협상 상견례를 시작으로 20여 차례 교섭을 벌였으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 7월에는 기본급 13만 3000원 인상과 격려금 520만원 지급 등을 담은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기도 했으나, 이는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정년 연장, 성과급 산출 기준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오는 12일에는 HD현대 계열사 노조와 함께 경기도 성남 소재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를 찾아가는 상경 투쟁도 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도 공동 파업에 들어갔다.
HD현대미포 노조와 HD현대삼호 노조는 이날 오후 1시부터 4시간 부분 파업한다. 이 두 회사는 사측이 아직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