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자 울산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거리마다 ‘경축!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현수막이 내걸렸다. 울산시는 15일 암각화 근처에 세계암각화센터를 짓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식수(食水) 문제가 떠올랐다. 반구천 암각화는 울산 시민의 식수원인 사연댐 안에 있다. 그래서 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긴다. 세계유산인 암각화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려면 댐 수위를 낮춰야 하는데, 그러면 그만큼 쓸 물이 줄어든다.

반구천 암각화 찾은 대학생들 15일 울산 반구천 암각화를 찾은 대학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암각화는 사연댐 안에 있다. 지금은 댐 수위가 낮아 암각화가 드러나 있다. /뉴시스

112만 울산 시민이 하루에 쓰는 식수는 39만t이다. 이 중 18만t(46%)을 사연댐이 공급한다. 울산 시민 절반은 사연댐 물을 먹는 것이다. 울산시는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사연댐 수위를 낮추면 사연댐의 물 공급량이 13만1000t으로 줄어들 것으로 본다.

환경부는 지난해 사연댐에서 약 44km 떨어진 경북 청도 운문댐 물을 울산에 공급하기로 했으나 경북 상주시, 의성군 등이 반발해 지금은 백지화됐다. 울산시 관계자는 “시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 속만 끓이고 있다”고 했다.

사연댐은 1965년 지었다. 이후 1971년 댐 안에서 암각화가 발견됐다. 암각화는 댐 수위가 53m 이상이면 물에 잠기는데 사연댐에 물을 빼는 수문이 없어 암각화는 1년 365일 중 150일 물에 잠겼다. 사연댐은 월류식 댐으로 일정 수위 이상 물이 불어나면 넘치는 구조다.

암각화는 1995년 국보가 됐다. 울산시는 2014년 사연댐의 배수로를 활용해 수위를 52m 이하로 맞췄다. 그래도 폭우가 오면 1년 중 42일은 침수된다. 수위를 낮추면서 줄어든 식수 3만t은 약 39㎞ 떨어진 낙동강 물을 정수해 공급한다. 울산시가 낙동강 물값으로 최근 5년간 쓴 돈은 257억원이다.

국가유산청과 환경부, 울산시는 지난해 암각화가 세계유산으로 거론되자 655억원을 들여 2030년까지 수문(水門)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수문을 달면 1년에 하루 정도만 물에 잠기게 된다. 대신 부족한 식수는 하루 평균 4만9000t으로 불어난다.

부족한 식수를 다른 댐에서 당겨오려고 했으나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러 지자체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운문댐 물을 끌어오는 계획을 세웠으나 운문댐 물은 대구 시민의 식수원이다. 환경부는 대구 시민에겐 110㎞ 떨어진 안동댐 물을 추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그러자 안동댐 물을 쓰고 있는 의성, 상주 등이 “우리가 쓸 농업 용수 등이 부족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강봉원 신경주대 문화재학과 특임교수는 “암각화 보존과 식수 모두 포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정부가 나서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지자체들도 조금씩 양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