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대표하는 근세 유학자인 현암 권재성, 설암 권옥현 선생을 기리는 추모학술대회가 지난 7일 오전 11시 부산대 인문대 시습관에서 열렸다. /모암계

부산을 대표하는 근세 유학자인 설암 권옥현(1912~1999) 선생과 그의 부친 현암 권재성(1890~1955) 선생을 기리는 추모 학술대회가 지난 7일 열렸다.

모암계는 이날 오전 11시 부산대 인문대 시습관에서 두 부자( 父子)를 기리는 추모 모임과 학술대회를 열었다고 9일 밝혔다. 모암계는 유학의 정신을 계승하고 연구하는 학술모임이다.

이날 행사에는 정경주 경성대 명예교수, 김홍수 부산대 교수, 설암 선생의 장손 권석근씨, 김해향교 조희욱, 김경규씨, 김우락 김해문화원장을 비롯해 동래향교, 고성향교 등의 유림, 부산문학포럼, 부산대 한문학과와 윤리교육학과 학생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현암 선생의 손자 권해극씨 등 후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설암 선생은 경남 합천 출신으로 율곡 이이·우암 송시열 선생의 기호학맥을 이은 현대 유학의 거목이다. 추연 권용현 선생 문하에서 공부하고 부산에 정착, 금남서당을 열어 후학을 길렀다. 그의 제자 중엔 부산대·경성대·부산교대 등 지역 대학의 한문학과, 사학과, 윤리학과 교수나 부산·경남 지역 국어·한문 교사로 활동 중인 사람들이 많다.

생전 설암문집 18권 6책을 저술했다. 그의 제자와 후손들은 지난 2000년 선생을 추모하고 학풍을 이어가기 위해 ‘모암계’를 결성, 매년 6월 추모회를 갖고 있다.

이날 행사는 영남 유학의 전통을 계승한 부자(父子)의 학문적 업적을 조명하기 위해 모암계와 부산대학교 사범대학이 공동주최했다.

강연회에선 백승옥 부경역사연구소 소장이 ‘설암 선생님을 추모하며, ’중용' 구경장을 읽다‘를 주제로 발표했으며 한국국학진흥원 이새롬 박사가 ‘현암 권재성의 학문과 교유’, 단국대학교 채지수 박사가 각각 ’현암 권재성의 시세계’를 주제로 발표했다.

모암계 계장인 정경주 경성대 명예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인간의 마음과 본성을 연구하는 현암과 설암 선생의 학문은 급변하는 AI(인공지능) 시대에도 여전히 큰 의미를 지닌다“며 모암계를 통해 두 분의 높은 학문과 이상을 되새기니 그 의미가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김홍수 부산대 사범대 학장은 “저는 1988년부터 2년간 선생님께 배웠는데 다른 문하생에 비해 공부가 부족했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제 부족함보다 삶의 실천을 강조했던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두 분을 기리는 학술대회를 개최하게 돼 영광스럽고 가능하면 학술대회를 계속 부산대에서 열고 싶다”고 말했다.

설암 선생의 장손인 권석근 씨는 “전국에서 행사에 참여해 주신 유림과 문인, 학계의 모든 분들께 가족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선비의 일상은 학문을 닦고 수양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인데 그 뜻을 따르는 이 행사가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