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가 추진 중인 ‘6·25전쟁 충혼비’ 건립을 두고 일부 교수와 동문 등이 반발하는 가운데 지역 대학생들이 충혼비 건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대 재학생 등 부산·울산·경남 지역 대학생들이 모인 ‘부울경 자유민주대학생연합’ 회원 10여 명은 9일 부산대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충혼비를 계획대로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한민국과 부산을 지킨 호국 영웅의 희생을 기억한다”며 “마땅히 기리고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일부 세력이 교육 현장을 이념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며 “동문들의 희생을 정파적으로 해석하려는 세력을 비판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날 교내에 ‘6·25 호국 영웅 추모가 이념 갈등이라는 부산대 교수들, 북한으로 떠나라’라고 쓴 현수막도 내걸었다. 이 단체는 충혼비가 건립될 때까지 서명 운동과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대는 다음 달 교내에 리처드 위트컴 장군과 6·25전쟁 때 전사한 부산대 동문 255명을 기리는 ‘6·25전쟁 참전 용사 호국 영웅 명비’를 건립하려고 했으나 부산대 교수회와 민주 동문회 등의 반대에 부딪혔다. 부산대 교수회는 지난달 14일 이사회를 열고 “공론화 없이 추진되는 충혼비가 구성원 사이에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명백하다”며 충혼비 건립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위트컴 장군은 6·25전쟁이 끝난 뒤 주한 미군 군수사령관(준장)으로 부임했다. 부산 재건과 전쟁 고아 돕기에 힘써 ‘부산 재건의 아버지’라고 불렸다. 1953년 부산역 인근에서 큰불이 나 이재민 3만여 명이 발생하자 부대 창고를 열어 도왔다. 부산대 캠퍼스와 메리놀병원 등 건립에도 기여했다.
부산대는 충혼비 건립을 계속 추진한다고 밝혔다. 부산대 관계자는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충혼비 건립 장소와 크기 등을 재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