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업화의 상징이었던 ‘울산 공업탑’이 철거된다. 약 60년 만이다.
울산시는 21일 “트램(노면 전차) 노선을 만들기 위해 로터리 한가운데 있는 공업탑을 철거·이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울산 공업탑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7년 울산 남구 신정동에 건립됐다. 정식 이름은 울산공업센터 건립 기념탑이다. 1962년 울산을 국내 첫 특정공업지구로 지정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
높이 25m 크기로 톱니바퀴 모양의 단상 위에 철근 콘크리트 기둥 5개를 세워 만들었다. 꼭대기에는 월계수 잎으로 감싼 모양의 지구본을 설치했다. 기둥 5개는 박 전 대통령이 1962년부터 추진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성공을 상징한다고 한다.
탑 주변에는 동상이 2개 서 있다. 망치를 들고 일하는 모양의 ‘산업역군상’과 미국 자유의 여신상을 본떠 만든 ‘여인상’이다.
공업탑은 평양미술학교를 나온 조각가 고(故) 박칠성씨가 만들었다. 강원도 속초에 있는 수복 기념탑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나라가 가난해 여인상을 화강석이 아닌 시멘트로 시공해 마음이 아팠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인상은 2011년 청동상으로 다시 만들었다.
공업탑 앞 비석에는 ‘4천년 빈곤의 역사를 씻고 민족 숙원의 부귀를 마련하기 위하여 우리는 이곳 울산을 찾아 여기에 신(新)공업도시를 건설하기로 하였습니다. 제2차 산업의 우렁찬 건설의 수레 소리가 동해를 진동하고 공업 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나가는 그날엔 국가 민족의 희망과 발전이 이에 도래하였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박 전 대통령이 1962년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에서 남긴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친필 서명도 새겨져 있다.
도시가 급성장하면서 1980년대 공업탑 주변은 지금처럼 도로 5개가 만나는 로터리가 됐다. 공업탑 로터리는 경남 창원시에 있는 창원광장 로터리에 이어 국내에서 둘째로 큰 로터리다.
상징적인 장소이지만 교통 체증이 심각해 몸살을 앓고 있다. 울산시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대 로터리를 통과하는 차량은 시간당 최대 6500대에 달한다. 교통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공업탑 로터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152건이었다.
울산시가 공업탑 로터리를 통과하는 트램 노선을 놓기로 하면서 철거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울산시는 신복교차로에서 태화강역까지 10.9㎞ 구간에 트램 노선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2029년 개통하는 게 목표다. 울산시는 관련 용역을 진행했고 이날 공업탑을 철거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울산시 관계자는 “공업탑은 철거한 뒤 시민 의견을 수렴해 다른 곳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울산대공원, 태화강역 광장, 울산박물관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