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이 올해 노인들에게 목욕비와 이발·미용비를 지원하겠다며 지급한 ‘효도이용권’이 선거법 위반 논란을 빚고 있다. 효도이용권에 ‘울주군수’라는 직함을 쓴 것이 현행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울주군은 지난 1월부터 만 70세 이상 군민에게 효도이용권을 지급하고 있다. 1장이 5000원인데, 1인당 연간 12장(6만원)까지 지급된다. 지급 대상자는 지난달 기준 2만1300여명으로, 1년간 군비(郡費) 10억1600만원이 투입된다. 효도이용권은 울주군 목욕·미용·이용업소 225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을 빚고 있는 울산 울주군의 '효도이용권'.

그런데 지급된 효도이용권 앞면에는 울주군수 직함과 직인이 찍혀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지자체장이 법령이나 조례에 따라 표창이나 포상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자체장의 직무상 행위라도 직명이나 이름을 밝혀 지원하는 것을 기부 행위로 보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지자체장은 기부 행위를 할 수 없다.

울주군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효도이용권에 군수 직함을 쓴 것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 맞는다”며 “서면 경고 조치 등의 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했다. 울주군 관계자는 “직함을 표기한 잘못은 인정한다”며 “개정 전 선거법에선 이름만 안 쓰면 돼 괜찮은 줄 알았다”고 했다.

이선호 울주군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처음 당선됐다. 내년 선거에도 출마할 전망이다. 그는 2019년 7월 본인 업적을 홍보하는 사진전을 군청 로비 등에서 열고, 같은 내용의 팸플릿을 배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2월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 2월에도 주민에게 코로나 방역 마스크를 배부하며 직함을 쓴 편지를 동봉한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에게 서면 경고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효도이용권은 금품 성격이 있다”며 “마스크 같은 방역 물품을 나눠준 사례와 다른 부분이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에선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 7000만명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 수표에 ‘대통령 트럼프’란 이름과 직함을 넣어 논란이 된 바 있다.

효도이용권을 받은 주민들이 선거법에 따라 받은 금액의 최대 50배까지 과태료를 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100만원 미만의 금품을 제공받은 경우 선관위가 사안에 따라 10~50배, 최대 30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며 “당시 상황과 당사자 소명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처분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울주군선관위 관계자는 “울주군의 경우 군청에서 법령에 따라 주민들에게 이용권을 지급했고, 주민들은 군수 직함이 적힌 것이 위반인지 몰랐을 것이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