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영난으로 지난해 11년 만에 적자를 내고, 임금·단체협상도 타결하지 못한 르노삼성자동차 노사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노조가 4일 하루 전면 파업에 돌입하자, 회사 측은 직장폐쇄 조치로 맞섰다.

이날 부산 강서구 신호동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오전 7시부터 부분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직장폐쇄는 사용자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사업장 운영을 중단하는 쟁의행위다. 노조의 전면 파업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두 번째로, 회사 측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근로를 희망하는 인원을 생산 라인에 투입하는 부분 직장폐쇄를 진행했다. 전체 임직원 1900명 중 1500명이 출근해 차량 203대를 생산했다. 평소 생산되는 440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물량이다. 공장 정문 일대 200여m 구간에는 ‘단결하여 우리 고용 보장받자’ 등 노조 측이 내건 현수막 20여 개가 나부꼈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한 반면, 회사는 기본급 동결, 격려금·변동급 등 500만원 지급, 순환 휴직자 290여명 복직, 6월 2교대 전환 등을 제시했다. 노조 관계자는 “경영 상태가 개선됐지만 4년째 기본급 동결에, 일부 직원은 최저임금만 받는 등 노동 조건이 열악해 파업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지난해 영업손실로 비용 절감이 절실해 노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년간 총 186회, 1103시간의 파업으로 매출 손실만 6000억원에 달하고, 서비스 파업으로 고객 신인도가 급락해 회사가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생산량(11만대)이 전성기 때(2017년 26만대)의 40%에 불과했고, 11년 만에 처음 790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 1~4월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노조의 기본급 인상 주장에 대해 “부산공장의 시간당 생산 비용이 르노그룹 여러 공장 중 가장 높다”며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변동급인 성과급으로 보상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파업에 동의하는 직원도 많지 않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조합원 파업 참가율은 25%대로, 일을 하겠다는 직원이 80%에 육박한다”고 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 김모(39)씨는 “파업만 하며 생활하기엔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했다.

협력 업체들도 속앓이 중이다. 130개 협력업체가 모인 르노삼성자동차수탁기업협의회 나기원 회장은 “지난해 코로나로 매출이 40% 줄었다가 올해 4월부터 유럽 수출 물량 덕에 감소 폭이 20%로 줄었는데, 파업과 직장폐쇄로 오늘은 공장 가동을 못 했다”고 말했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르노삼성 매출액은 부산 GRDP(지역내총생산)의 5%에 달한다. 직고용 인원은 4000명,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8000명이 넘는다. 전종윤 부산상의 조사역은 “코로나 여파로 부산의 업황 회복치는 전국 최저 수준”이라고 말했다. 공장 주변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코로나로 회식이 사라져 지난해부터 매출이 마이너스”라며 “파업까지 겹치니 정말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