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기초과학연구원(IBS) 콘퍼런스에서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와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랜디 셰크먼 미국 UC버클리 교수가 기자간담회에 참여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40년을 알고 지낸 베이커 교수와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서게 돼 기쁩니다.”

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기초과학연구원(IBS) 콘퍼런스에는 노벨상을 받은 사제지간 석학이 한 무대에 나란히 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랜디 셰크먼(78)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교수와 데이비드 베이커(64) 미국 워싱턴대 교수다.

셰크먼 교수는 세포 내 물질 수송 메커니즘을 규명한 공로로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베이커 교수는 AI를 활용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단백질을 설계하고 합성하는 연구를 개척한 공로로 2024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셰크먼 교수는 베이커 교수가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에서 생화학 박사 과정을 밟을 당시 지도교수였다. 베이커 교수는 강연이나 학회 등 해외 일정이 매우 드문 편인데, 스승이 함께 초청된다는 사실을 듣고 방한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벨상 수상 이후 첫 방한이다.

먼저 기조 강연에 나선 셰크먼 교수는 파킨슨병 치료가 어려운 이유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초과학 연구를 소개했다. 그의 연구에는 개인적 사연도 담겨 있다. 아내 낸시가 48세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치매와 합병증으로 고통받다 2013년 세상을 떠난 것이다. 셰크먼 교수는 “아내의 투병을 지켜보며 이 질병의 근본 원인을 밝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오후에는 베이커 교수가 생성형 AI를 활용해 단백질을 설계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이 연구는 암세포만 정밀 공격하는 치료제나 알츠하이머 원인 단백질을 분해하는 약물 개발 가능성을 넓혔다.

두 사람은 사제 관계를 추억하는 이야기도 나눴다. 베이커 교수는 “당시 버클리에는 학생들에게 가혹한 교수가 많았지만 셰크먼 교수는 달랐다”며 “토론을 이끌되 독점하지 않았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탐색하도록 하는 모습을 나도 본받으려 했다”고 말했다. 셰크먼 교수는 제자를 “자유로운 영혼이었다”며 “다른 연구자들이 불가능하다고 포기한 문제를 단 2주 만에 해결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