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모교인 서울대를 찾은 이경수(오른쪽) 코스맥스 회장이 유홍림 서울대 총장과 좌담 형식으로 북토크를 하고 있다. 이 회장은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보인다”며 “3~5년 안에 (화장품 대국) 프랑스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원 기자

1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중앙도서관 1층. 화장품 ODM(연구·개발·생산) 글로벌 1위 기업 코스맥스 창업자 이경수(79) 회장이 긴장된 표정으로 학생 200여 명 앞에 섰다. 이 회장이 직원들과 함께 지난 9월 출간한 책 ‘같이 꿈을 꾸고 싶다’ 북토크 자리였다. 서울대 약대 66학번인 이 회장은 46세 때인 1992년 코스맥스를 창업했다. 코스맥스는 글로벌 4500개 브랜드의 제품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그들의 화장품을 생산해 공급한다. 전 세계 25개 공장에서 만드는 화장품만 연간 약 33억개에 이르고, 지난해 한국 화장품 전체 수출액(약 102억달러) 중 코스맥스가 직간접적으로 생산한 비율이 약 26%에 달할 정도였다.

동문 경영인의 경험을 나누는 이번 행사를 북토크 형식으로 마련한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이 회장을 “K뷰티의 글로벌 기준을 정립한 인물”로 소개하며 학생들에게 “선배의 개척 정신을 배워 미래를 준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창업 후 숱한 고비를 어떻게 헤쳐왔는지를 책에 담았다. 그는 학생들에게 지금의 코스맥스를 있게 한 원동력이자 최대 난관 중 하나로 중국을 꼽았다. 중국에 진출한 적잖은 한국 기업들은 가성비와 기술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코스맥스는 1300억원을 들여 상하이에 신사옥을 짓고 있다. 거래를 중단했던 중국 최대 로컬 기업이 한국을 찾아와 ‘다시 생산을 맡아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경쟁력 격차를 지켜내고 있다.

그 비결로 이 회장은 신뢰를 꼽았다. 2022년 코로나 팬데믹 때 중국 정부가 거대 도시 상하이 전체를 봉쇄하고 공장들을 줄줄이 멈춰 세울 때, 중국 코스맥스에선 직원 800명이 봉쇄가 풀릴 때까지 43일간 공장 안에 머물며 생산을 이어갔다고 한다. 극한 상황에서도 중국 기업 고객들의 주문을 100% 소화할 수 있었다. 이 회장은 “회사가 어려울 때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직원들의 애사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코스맥스를 보는 중국 내 시선이 또 한 번 달라졌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K뷰티의 미래에 대한 질문도 쏟아냈다. 이 회장은 “지금까지 메이드인 재팬의 역할을 코리아가 대체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해 세계 1위 프랑스를 제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3년, 늦으면 5년 안에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과거에는 ‘빨리빨리’라는 한국의 문화가 건성건성해서 좋지 않은 것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완성도 높은 제품을 빨리 만드는 게 최대 경쟁력이 됐다”고 했다. 이 회장은 “여기에 온라인 경쟁력을 더하고, MZ세대를 어떻게 잡는지가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창업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겐 “창업 준비는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평소에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며 “평소 일을 대충한다면 누가 창업할 때 도와주겠나. 현재 업무에 충실해 전문가가 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 회장은 ‘10년 후 어떤 대비를 하고 있나’라는 유 총장의 질문에 “10년 후 코스맥스는 서비스업을 수행하는 회사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화장품만 연구하는 회사가 아니라, 소비자들을 연구하는 회사가 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소를 갖추고, 소비자 연구소를 여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