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메릴랜드주 MGM 내셔널 하버에서 공연 중인 그룹 시카고 멤버들. /시카고 페이스북

올해로 결성 56주년을 맞은 미국 록밴드 시카고가 지난 4일 워싱턴 DC 의사당 앞에서 열린 미국 독립기념일 축하 콘서트에 헤드라이너(가장 주목받는 아티스트)로 무대에 올라 건재를 과시했다. 이날 미국 공영방송 PBS가 주최하는 연례 공연 ‘캐피털 포스(Capitol Fourth)’에서 시카고는 ‘새터데이 인 더 파크’를 비롯한 초창기 히트곡들을 선보였다. 무대를 휘젓던 꽃미남 청년들은 백발의 할아버지가 됐고, 쩌렁쩌렁 울려퍼지던 미성의 보컬은 탁하게 변했지만, 록음악과 관악기를 버무린 특유의 사운드는 변함없었다. 남녀노소 관객들은 손을 잡고 덩실덩실 춤을 췄다. 공연 뒤 멤버들은 소셜미디어에 “여러분들과 독립기념일을 축하할 수 있어서 뜻깊었다”고 적었다.

이날 부른 ‘새터데이 인 더 파크’는 시카고의 음악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노래다. 멤버들이 뉴욕에 있던 1971년 7월 독립기념일을 맞은 센트럴파크의 여유롭고 활기찬 풍경에 깊은 인상을 받아 작곡한 이 노래가 크게 히트하며 시카고를 ‘전국구 스타’로 만들어줬다. 1980년대에는 ‘하드 투 세이 아임 소리’, ‘유어 디 인스퍼레이션’ 같은 사랑 노래가 글로벌 히트곡이 되면서 ‘지구촌 스타’로 우뚝 섰다. 그때만큼의 스포트라이트는 없지만, 멤버들은 지금도 방방곡곡의 공연장을 누비며 팬들과 소통해왔다. 현재 멤버 10명 중 로버트 램(79·키보드와 보컬), 제임스 팬코(76·트롬본), 리 러프네인(77·트럼펫) 등 세 명의 ‘할아버지’가 1967년 창단 멤버다.

최근 영국 팝의 전설 엘턴 존, ‘호텔 캘리포니아’를 부른 그룹 이글스 등 동시대 뮤지션들이 고별 투어 계획을 알리며 퇴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시카고의 행보는 정반대다. 지난해 통산 38집 정규 앨범을 냈다. 올해엔 투어부터 비틀스 노래 ‘매지컬 미스터리 러브 투어’를 부르기 시작했고, 리메이크 음원까지 공개했다. ‘전설’이 ‘전설’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배경에 대해 창단 멤버들은 “결성 초기 클럽 주인들은 우리 노래보다 당대 최고 스타들의 노래를 연주하길 원했다”며 “그때 가장 좋아했던 밴드가 비틀스”라고 말했다. 시카고는 다음 달 10일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 공연을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 투어를 시작한다.